연구개발본부장서 물러나 獨 기술고문으로

현대차 일류 자동차 회사로 만드는데 기여

R&D 성과 격려...향후 파트너십·융합 당부

고객에 경쟁력있는 ‘히어로 자동차’ 선보여야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 [현대차 제공]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하며, 그룹의 질적 성장을 이끌었던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임직원에게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진화하고 있다”며 “파트너십과 융합을 바탕으로 변화를 지속해 달라”고 마지막까지 당부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부회장 시절이던 2014년, BMW의 고성능차 개발총괄 책임자인 비어만 사장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

비어만 사장은 2015년부터 약 7년간 한국에 머물며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의 개발을 이끄는 등 현대차를 세계 일류 자동차 회사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비어만 사장은 지난 16일 영어와 한글, 두가지 버전으로 임직원에게 편지를 전달했다.

비어만 사장은 편지에서 “작년 여름 이미 정 회장에게 올해를 끝으로 제 역할을 마무리하고 독일로 돌아가 가족과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회장이 독일에서도 업무를 계속해달라고 했지만, 지금보다는 좀 더 여유를 갖고 가족 및 친구에게 집중하고 싶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후 비어만 사장은 순조로운 인수인계를 위해 1년간 이별을 준비했다.

그는 “2015년 초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3년의 계약 기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며 “그러나 동료들이 따뜻하게 환대해 주셨고, 아내도 제2의 고향인 판교에서 좋은 친구를 사귀며 그렇게 저희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과 한국인 여러분들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고 적었다.

비어만 사장은 그동안 현대차 연구개발(R&D) 직원들이 이룬 성과를 격려했다. 그는 “회장님은 ‘하나되는 R&D’를 최우선 과제로 주문하셨고, 저는 R&D 경영진과 이 과제를 잘 해결해냈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몇 년간 과거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우수한 차량을 개발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코로나로 인한 여러 제약, 내연기관차에서 전동화로 넘어가면서 인력 보강이 충분하지 않아 과도해진 업무량 같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리의 투지와 열정, 새로운 조직 신설,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조직 문화 혁신으로 이를 극복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가 만든 차가 전 세계 미디어 평가와 시상식에서 다양한 종류의 상을 휩쓸 때마다 자부심을 느꼈다”며 “항상 말씀드리지만, ‘개선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비어만 사장은 향후 펼쳐질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현대차가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치켜세우면서도, 더욱 결속을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선두업체가 되기 위한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고, 결승선 없는 무한경쟁시대가 펼쳐질 것”이라며 “현대차는 신규 차량과 차량 제어기 및 소프트웨어 개발 방향성과 계획을 수립했으며, 각 기술 부서는 복잡성과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다양한 혁신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이런 변화를 지속하기를 바라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파트너십’과 ‘융합’을 당부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부 협력과 융합이 필요한 부분으로 ▷선배와 후배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애플리케이션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검증과 버추얼 시뮬레이션 ▷해석과 설계 등을 열거했다.

지난 16일 퇴임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첨부한 사진.
지난 16일 퇴임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첨부한 사진.

또 향후 담당할 업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비어만 사장은 “비록 한국을 떠나더라도 하나의 강한 글로벌 연구개발 가족(One Strong global R&D Family) 여러분들과 완전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년 1월부터 독일 뤼셀스하임에 위치한 유럽기술연구소에서 기술 고문(Executive Technical Advisor)직을 수행할 예정이며, 여러분들이 우리 고객들에게 더 경쟁력 있는 히어로 자동차를 선보일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성공 공식이 있다”며 “‘운전석에 앉아 차를 느껴라(DRIVING STILL MATTERS!)”라고 적었다. 그가 이날 보낸 편지에는 도로 옆에서 위장막에 가려진 차량과 함께 찍은 사진 한장이 담겨 있었다.

한편, 비어만 사장은 오는 21일 아내와 함께 독일 뮌헨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