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일단 멈춤에 취소 잇달아
외식·유통·숙박업계 등 연말대목 실종
“대출 많이 남았는데 밤잠도 안 온다” 토로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죄송합니다. 취소 주문이 많아 처리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중으로 확인해드릴게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처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내놓은 16일, 서울 압구정동의 유명 프렌치레스토랑에는 연말예약을 취소하는 전화·문자가 빗발쳤다. 이곳은 연말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식사시간에 예약하려면 두 달 넘게 기다려야 하는 식당이다. 하지만 정부의 강도 높은 방역 조치는 빗겨갈 수가 없었다. “2시간 사이에만 취소 문의가 15건이 넘어요. 이렇게 물 밀듯이 예약 취소가 들이닥친 적은 처음입니다.” 12년간 레스토랑을 운영한 최준(41) 씨는 “미리 주문한 식재료 계약도 수수료 물고 취소하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22년째 한식집을 운영하는 김모(58) 씨도 “12월 마지막 주에 10~20명 단체손님 예약만 8건이었는데 전부 취소됐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의 한우오마카세 전문점 셰프 최모(32) 씨는 “동석자가 미접종자라 못 간다는 문의도 많다”며 “예약금 5만원을 환불해 달라고 요청하는데 안 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이후 맞는 연말 대목을 기대한 외식·유통·호텔업계는 거리두기 강화에 분노를 넘어 절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18일부터 백신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사적 모임 허용인원을 4인으로 제한하고, 식당·카페의 영업을 오후 9시까지만 허용하기로 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박모(37) 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잔인한 연말”이라며 “대출도 많이 남아 있어 밤에 잠도 안 온다”고 토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자영업자들의 전체 예금은행 대출 잔액은 직전 분기 대비 11조1000억원 증가한 429조6000억원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지난해 2분기(21조2000억원) 이후 가장 크고, 관련 통계가 잡혀 있는 2018년 4분기 이후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대규모 포럼·세미나 등 기업 행사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등 가족 단위 호캉스를 앞둔 숙박업계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연회장 관계자는 “우리 업장에서는 기업 연수와 세미나가 많이 열리는데 다음주에 예약돼 있던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며 “특히 지난 월요일부터 어제까지 취소 문의가 많이 들어왔는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규정대로 적용을 못 하고 100% 환불을 해줬다”고 전했다.
유통업계는 최대 쇼핑 대목인 연말 특수가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날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면 자칫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크리스마스·연말·신년 시즌이 마케팅 효과도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무위에 그칠까 봐 회사 차원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분기 실적으로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실제로 12월 초부터 온라인 맘카페 중심으로는 “어린아이와 함께 더는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를 들을 수 없게 됐다”는 글이 하루에 최소 5건씩 줄지어 게재되고 있다. 정부의 특별 방역지침에 따라 당장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문화센터 전 강좌에 백신패스가 적용되면서다. 갓 백일 지난 아기를 키우는 신진아(33) 씨는 “혹시나 아기한테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까 봐 임신 중이거나 모유 수유 중인 경우 대다수 어머니는 백신 미접종자인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도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더욱 기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 재확산과 맞물려 정부의 강도 높은 방역 조치가 이뤄지면서 e-커머스업체들은 대대적 할인행사에 나섰다. 이번 기회에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를 자사 온라인몰로 유입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간편식을 배달하는 한 플랫폼기업 관계자는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게 계획보다 더 많은 프로모션 쿠폰을 드리려고 한다”며 “식품 품목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고 더 많은 생산자와 기획상품을 선보여 내년 초까지 회원 수를 2배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