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최근 지주회사로의 전환계획을 공개했다. 1968년 공기업으로 출발해 2000년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포스코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왔다.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고 이차전지 소재, ICT, 에너지, 건설, 그리고 최근에는 수소사업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철강회사와 함께 성장해온 경영진이 친환경 신사업을 육성하려면 현재의 경영 체계로는 분명히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포스코가 추진하는 신사업들은 철강과는 업의 특성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포스코가 공개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계획과 성장 전략을 살펴보면 이러한 한계에 대한 경영진의 뼈저린 고민이 묻어난다. 그간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했는데도, 결국 철강사업의 경쟁력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신사업을 위한 추진력은 미흡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포스코는 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철강과 신사업을 균형 있게 성장시키고, 신사업의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주회사란 주식 소유를 통해 자회사 관리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경제력 집중 완화를 위해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했었던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 등을 위해 지주회사를 허용했다. 일감 몰아주기 등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문제를 완화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현재 LG, SK 등160여개의 지주회사가 있다.
지주회사 체제는 자회사별로 자본 조달, 투자, 전문인력 확보, 보상구조 등을 특화하고 사업위험을 분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력 사업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 사업에 대한 재평가도 가능하고 전략적 제휴 등 신사업 진출에 있어 유연성을 가진다. 반면 지주회사는 주주와 자회사 간 경영 단계가 증가해 경영자의 대리인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지주회사 할인(Holding company discount) 현상’이 이를 반영한다.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 소식을 접하며 코닥과 후지필름이라는 두 회사가 생각난다. 과거 코닥과 후지필름은 전 세계 필름메이커의 양대 산맥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속에 두 기업의 운명은 극명히 갈렸다. 코닥은 필름사업만을 고집하다 2012년 파산했다. 반면, 후지필름은 2006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화장품, 헬스케어, 반도체 소재 등 신사업에 진출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팽배했다. 그러나 회사의 설명을 잘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우선 사람 피부의 진피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과 필름의 주원료가 모두 ‘콜라겐’으로 동일해 후지필름은 긴 세월 축적한 기술력을 신사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었다. 현재 후지필름의 매출 중 헬스케어와 반도체 소재의 비중이 거의 50%를 차지하고 카메라 관련 비중은 13% 안팎에 불과하다. 후지필름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옳은 결정이었다.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계획을 보면서 우려보다는 기대가 크다. 포스코가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강한 기업문화와 우수한 인적 자원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전문경영인 체제의 포스코가 재벌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가 큰 만큼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성공적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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