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북반구에 가을이 오면 남반구는 봄이고, 그 반대도 있는데, 사람은 본능적으로 계절을 망각해서인지, 늦가을로 치달을수록 봄을 맞은 남반구가 부러워진다. 뉴질랜드의 봄은 풍광의 아름다움 외에 먹거리가 풍부하다. 청정지역 청정 식재료가 봄에 많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아는 사람은 뉴질랜드의 봄을 ‘미식가의 천국’이라 부른다.
뉴질랜드의 미식 여행 종착지는 바로 오클랜드 남동쪽에 위치한 ‘로토루아’다. 로토루아에는 지금도 왕성한 지열 활동을 하는 온천 지역 답게 경이로운 풍경과 미각을 돋우는 음식이 즐비하다. ▶항이(Hangi)=‘항이’는 기(氣)를 살려주던 마오리족 원주민들의 전통 음식이자 주식이다. ‘항이’는 마오리 말로 ‘지열로 찐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항이’는 이름과 같이 독특한 방식으로 조리된다. 땅에 큰 구덩이를 파고 뜨겁게 달군 돌 위에 하라케케 잎과 고기, 해산물, 야채 등을 쌓아 올린다. 고기는 덩어리 형태로 썰고 홍합, 조개류는 마지막에 얹는다. 이것들을 넓적한 나뭇잎으로 감싸고 흙을 덮고 물을 조금씩 뿌려가며 수증기와 지열로 익힌다. 이렇게 서너 시간이 지나면 하라케케 향이 재료에 배어나 향기롭고, 부드럽게 익힌 야채와 고기,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항이’는 고기와 해산물 부드러운 질감을 살려 쫄깃한 맛을 선사하고 야채들을 육즙이 적셔 더욱 침샘을 자극한다.
아마(Flax) 또는 ‘하라케케(Harakeke)’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토착 식물로 마오리족은 화상, 상처 치료 시에 활용해왔는데, 이것에서 착안하여 ‘하라케케’는 보습 및 탄력 화장품 원재료 성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항이’는 마오리 전통문화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지열 도시 ‘로토루아(Rotorua)’ 등 온천이 많은 곳에서 유래되었다. 이 곳은 물을 끓일 필요가 없이 지열만으로도 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지금도 로토루아의 호텔이나 대형 레스토랑은 대부분 ‘항이’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마오리족의 민속공연을 보며 음식을 즐길 수 있어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송어 낚시=로토루아 지방에는 낚시를 즐길 수 있는 11개의 호수가 있다. 대표적인 로토루아 호수는 일 년 내내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이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웅덩이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로토루아 호수는 마오리어로 ‘두 번째로 큰 호수’라는 뜻이다. 로토루아 호수는 다른 호수들과 달리 인공부화의 도움 없이 개체 수를 자연상태에서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곳은 송어가 잘 잡히고 가장 잘 잡히는 호수로도 알려져 있다. 로토루아 지방의 나머지 호수와 강은 산란기인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는 문을 닫고 10월 1일부터 다시 개장한다.
뉴질랜드 송어는 보통 어른 팔뚝만해서 웬만한 힘으로는 건져 올리기도 버거울 정도다. 뉴질랜드의 대표 어종인 ‘송어’는 현지 마트에서 구입할 수 없다. 상업적인 송어 낚시는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송어를 맛보려면 뉴질랜드 전역의 호수와 연안에서 손수 낚시를 하면 된다. 갓 잡아 올린 송어를 회를 떠 먹으면 별미가 따로 없다. 뉴질랜드 현지인들은 각종 야채를 송어 위에 얹어 오븐 구이로 즐겨먹는다. ▶양고기 로스트(로스트 램)=선진 낙농업 국가 ‘뉴질랜드’는 양의 수가 사람보다 10배 이상 많은 나라다. 이 때문에 뉴질랜드를 방문한다면 꼭 맛보아야 할 음식 중 하나는 역시 양고기다. 뉴질랜드의 양고기는 질 좋고 맛도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이들이 양고기 누린내를 우려하고 선뜻 먹어보지 못하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누린내는 적고 연하고 육즙이 풍부한 뉴질랜드의 양고기 맛에 빠지게 된다. 양고기 로스트는 보통 로즈마리와 제철 채소를 넣어 조리된다. 이 메뉴는 로토루아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유명 레스토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초록입 홍합과 뉴질랜드 와인=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해산물 중 하나인 ‘초록입 홍합(Green-Lipped Mussels)’은 이름 그대로 껍데기에 초록빛이 감돌며, 우리나라 홍합보다 크기가 훨씬 크고 살도 오동통한 것이 특징이다.
관절염에도 효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초록입 홍합은 섬나라 뉴질랜드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꼭 맛보는 해산물이다. 이러한 홍합을 즐길 때 같이 뉴질랜드산 화이트 와인을 함께 곁들이면 좋다. 포도 재배 역사가 짧은 뉴질랜드는 와인 신생국이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높은 수준의 품질의 와인을 발견할 수 있다. 풍미가 넘치는 과일 향의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은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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