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수능을 치르고 긴장이 풀린 A 씨. 선배 대학생들을 따라 음식점에 가서 술을 시켰다. A 씨는 주민등록증을 제시하지 못했지만 외관상 A 씨를 성인으로 판단한 음식점 주인과 종업원들은 술을 내주었고 이것이 적발돼 2개월간 영업정지를 당했다. 주인은 영업정지를 취소해 달라며 소를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수능 직후 논란이 돼 언어영역 17번 문제에서 ‘미궁의 문’과 ‘실’을 복수정답으로 인정했던 2003년 수능시험. 이 문제에서 본래 정답으로 인정됐던 ‘미궁의 문’을 답으로 표기했던 460명은 복수정답 인정을 취소하라며 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복수 정답을 인정하는 것이 원고들의 대학 합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실’ 또한 정답으로 보게 된 경위와 과정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09년 수능을 치르고 명문 C대학교에 지원했다가 1단계 전형에서 탈락한 24명. 학부모들은 C대학교의 성적 산출 방식이 이른바 일류고 학생들에게 유리하도록 결정돼 있다며 소를 제기했다. 산출 방식을 꼼꼼히 따져본 1심 법원은 ‘일반고 최상위권 지원자 성적이 소폭 감소되거나 유지되도록 하는 데 반해 속칭 일류고 중상위권 지원자들의 성적을 크게 올려주는 방식’이라고 인정, 원고들에게 각각 7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13일 수능 날을 맞아 향후 관련 소송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매년 수없이 많은 수능시험 관련 소송들이 사법부의 판단을 거치고 있다. 수능을 치르고 해방된 고3 학생들이 연루된 사건부터 출제 오류, 대학교 입학 전형의 부당성을 따지는 소송들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사실상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순간부터 수험생들이 대학교에 입학하는 순간까지 소송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안진영 법무법인 장백 변호사는 이렇듯 수능시험 관련 소송이 매년 상당수 제기되는 것에 대해 “대학교 진학이 상당히 중요한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수능과 관련된 권한은 학교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법부의 판단이 거의 유일한 구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세계지리 문제에 대해 법원에서 출제 오류를 인정한 만큼 올해 수능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으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