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권 수능일 첫 한파주의보 “시험장 앞 후배 응원열기 가득 “기가 팍팍”등 패러디 문구 눈길 “내가 더 떨려…남은건 기도뿐” “도시락 못건넨 부모 발동동
“단언컨대 ○○여고가 수능 승자입니다”, “○○고 선배님들 재수 앙~돼용.”
13일 영하를 밑도는 한파주의보 속에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전국 1216개 시험장 앞은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이날 오전 5시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2.4도, 춘천 영하 2.6도 등으로 수능이 도입된 이후 처음 수능일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수험생들은 외투로 중무장한 채 새벽부터 시험장에 속속 도착했다. 이날 하루 3년간의 노력을 평가받는 만큼 학생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학부모들 역시 초조한 표정이었다.
서울 후암동 용산고등학교 앞에서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수능 응시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2015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오늘(13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시험장에서 치러진다. 서울 후암동 용산고등학교 앞에서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수능 응시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2015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오늘(13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시험장에서 치러진다. 서울 후암동 용산고등학교 앞에서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수능 응시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선배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려 시험장 앞은 후배들의 응원 열기가 가득했다. 8시10분 입실완료 시간이 임박해지자 뒤늦게 종종걸음으로 나타난 수험생들이 일부 눈에 띄었고, 이는 보는 사람의 가슴까지 졸이게 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자리한 압구정고등학교 앞은 새벽 6시부터 서문여고, 은광여고 2학년 학생 40여명이 나와 장사진을 이뤘다. 두터운 자켓에 무릎엔 담요까지 두르며 오들오들 떨면서도 선배들이 들어올 때마다 목청껏 “언니 파이팅!”을 외치고 교가를 부르며 응원했다.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한 핫팩, 귤, 초코파이가 한데 묶인 선물 꾸러미도 눈에 띄었다. 서문여고 2학년 이수정 양은 선물들을 나눠주며 “(선배님)추운데 떨지 말고 잘 보세요”라며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3일 오전 8시 40분 부터 전국 1천216개 시험장에서 치뤄졌다.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등교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이른바 ‘교회 오빠’들의 응원전도 있었다. 신반포교회에 다닌다는 김성구(26) 씨 외 4명은 “우린 이미 경험해봤으니 내 일처럼 와닿는다”며 “이번에 시험을 치는 동생을 위해 기도해주러 나왔다”고 했다.
딸을 시험장에 데려다 준 유지선(44ㆍ여) 씨는 “딸 상희가 3년간 고생한 것이 좋은 결과로 빛을 봤음 좋겠다”고 소원했다. 상희 양의 이모도 ‘상희야 밥값할 때가 왔다’는 플래카드 들고 열심히 조카를 응원했다.
콧 등을 시큰하게 만드는 모습도 있었다. 5년 전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뇌병변1급장애를 받았다는 한 어머니는 “딸에게 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며 하염없이 딸이 들어간 교문만 바라봤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의 경복고 앞 역시 추위를 응원 열기로 몰아내고 있었다.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응원전이 중경고, 용산고, 서울과학고, 환일고, 대신고 등 학교별로 경쟁하듯 벌어졌다. 마치 선배들에게 기를 불어넣어주려는 듯 “기가 기가 기가 팍팍!”처럼 유행하는 광고를 패러디해 응원하는 모습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선배님 재수 없어”와 같은 고전적 문구부터 “네가 없는 대학은 공허해”라는 유행가를 패러디한 응원 문구 등도 등장했다.
중경고 2학년 조기훈 군은 “선배들 응원하러 새벽 4시40분부터 나왔다”며 볼이 빨갛게 상기된 표정을 드러냈다. 경복고에서 수능 시험을 보는 3학년 이건희 군은 “(후배들이)핫팩도 나눠주고 응원해줘서 고맙다. 그래도 떨리는 건 어쩔수 없다”며 고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용산고 3학년 영어 교사인 김남윤 씨는 제자들이 고사장에 도착할 때마다 “시험 잘 봐라”, “막히는 어려운 문제 만나도 당황하지 마라”며 어깨를 다독이고 제자들을 포옹해줬다
아들이 도시락을 놓고 들어가서 발동동 구르는 어머니의 모습도 간혹 보였다. 한 어머니는 교문 앞에서 아들을 불러세운 뒤 도시락을 건네준다며 거듭 아들을 포옹했다.
용산고 3학년 백종하 군의 어머니 이용순(52ㆍ여) 씨는 “종하야 하던대로 잘 보고, 천천히 해”라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글썽였다. 아들이 시험장에 들어서자 이 씨는 “제가 더 떨려요. 밤낮없이 공부했는데 후회없이 봤으면 좋겠다”며 “이제 내가 할 일은 기도밖에 없다”며 마른 입술을 삼켰다.
김기훈ㆍ박혜림ㆍ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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