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재난지원금 철회 이어
국토보유세도 입장 변화 시사
與 “국민 우려 듣는 소통능력”
野 “표 득실에 따라 공약포기”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들어 자신의 정책 구상·공약을 번복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강하게 몰아 붙이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진 입장을 전격 철회하고, 자신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기본소득과 연계되는 국토보유세 신설 입장도 유연한 변화를 시사했다.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무책임한 말바꾸기’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민주당은 이 후보의 ‘유연한 실용주의’ 성향, ‘대국민 소통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1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후보가 최근 자신의 정책·공약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는 것은 선대위 참모나 전문가들의 조언이 아닌 후보 본인의 판단이다.
자신의 선거 슬로건인 “이재명은 합니다”로 상징되는 강력한 추진력, ‘불도저’ 같은 이미지를 완화하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보다 합리적인 모습으로 변신해가는 과정이란 설명이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달 29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국토보유세 신설 방안에 대해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말했다.
“90% 이상의 국민은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기 때문에 사실은 세금 정책이기보다는 분배정책에 가깝지만, 이에 대해 불신이 많고 오해가 많기 때문에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전제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국토보유세 반대 여론이 55~60%로 나타난 것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도 최근 변화했다. 지난 6월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던 이 후보는 지난달 8일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해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교계(敎界) 주장을 잘 알고 있다. 이 일은 긴급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해 입장을 선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광주 조선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다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고, 입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장소에 따라 언급이 다소 변화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 후보가 국토보유세 입장 변화를 시사한 다음 날 논평에서 “표 득실에 따라 이 후보가 공약포기 도미노 행진을 벌일 것이라는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정치인이란 여론에 따라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를 다스리겠다고 나선 지도자가 바꾸면 안되는 것은 소신과 양심”이라고 지적했다.
김창인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불과 보름 전 ‘국토보유세 반대는 바보짓’이라고 했던 사람과 동일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며 “이 후보는 ‘아니면 말고’식 정책 허풍이 아니라 대선 후보로서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고 직격했다.
다만 이 후보는 기회가 될 때마다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도구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공약 후퇴·철회 논란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출렁이는 여론에 따라 의견을 바꾸는 듯한 모습이 대선 후보로는 불안해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들 우려의 목소리에 따라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건 ‘소통 능력’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물론 동전의 양면처럼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국민들 이야기를 듣지 않고 계몽하듯 밀어붙였던 부분이 우리 당의 아킬레스 건 아니었겠느냐”고 설명했다.
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최측근 정성호 의원도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실용주의자, 현실주의자이자 철학적으로 경험론이기 때문에 위기가 왔을 때 상황에 맞춰 바꿀 수 있다”며 “이념이나 진영에 갇힌 사람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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