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오랫동안 안방을 차지했던 전통 견과류부터 새로운 수입품까지 쏟아지면서 견과류 구입에 대한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모든 견과류는 영양소가 풍부해 우열을 가릴 수 없으나 종류마다 대표 영양소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부족한 영양소 또는 최근 보충하고 싶은 영양소를 기준으로 견과류를 선택하고 싶을 때 참고하기 좋다. ‘이건 내가 최고’라 내세울 수 있는 영양소 순위를 꼽아봤다.
‘뷰티 영양소’ 비타민E →아몬드
가을철 부쩍 건조해진 피부나 헤어가 신경 쓰인다면 비타민E 영양소에 주목해본다. 강력한 항산화물질로 피부나 헤어 등 미용과 관련된 비타민으로도 자주 언급된다. 총 8가지의 형태로 존재하는 비타민 E중 우리 몸에 가장 잘 흡수되는 것은 ‘알파-토코페롤’ 형태로, 합성 비타민보다 흡수율이 두 배 높다.
나무견과류(브라질너트·캐슈넛·호두·마카다미아·피칸 등) 중에서는 아몬드의 비타민E 함유량이 가장 높다. 아몬드 한 줌(30g, 약 23알)을 먹을 경우, 하루 권장량의 67%에 달하는 알파-토코페롤 형태 비타민E(8.0㎎)를 섭취할 수 있다. 심장질환이나 당뇨 등의 예방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왔던 아몬드는 최근들어 주름 개선 등 미용과 관련된 해외 연구들이 보고되면서 ‘뷰티 간식’으로도 언급되고 있다.
혈관 질환에 좋은 오메가-3 알파리놀레산(ALA)→호두
오메가-3 지방산의 종류로는 알파리놀렌산, 에이코사펜타엔산, 도코사헥사엔산 등이 있으며, 이 중 ‘식물성 오메가-3 알파리놀레산(ALA)’은 일반 견과류에서 찾아보기 힘드나 호두에 다량 들어있다. 호두 한 줌(28g)당 2.5g 들어있다. 지난해 방한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식품영양학과 로저 클레멘스 교수는 “호두와 달리 아몬드·피스타치오·땅콩 같은 견과류엔 ALA가 들어있지 않으며, 그나마 ALA가 들어있는 견과류는 피칸(28g에 약 0.5g) 정도에 그친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학술저널 영양학 진보(Advances in Nutrition)에 게재된 연구들에 따르면 ALA는 심혈관 관련 질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산화지수 →피칸
피칸은 항산화지수가 높은 견과류로 유명하다. 항산화지수는 식품의 항산화 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노화 촉진과 각종 질병 유발의 억제 능력이 크다. 미 농무부(USDA)가 288개의 견과류와 식품류를 대상으로 조사(2010)한 결과에서 피칸의 항산화지수(ORAC)는 100g당 1만7940으로 호두(1만3542)나 피스타치오(7675), 아몬드(4454), 캐슈넛(1948) 등에 비해 높았다. 피칸에는 불포화 지방이 90% 함유돼 있으며,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셀레늄 강자’→브라질너트
몇 년 전 갑작스럽게 홈쇼핑 단골 메뉴로 등장한 브라질너트는 ‘셀레늄의 강자’로 인기를 끌었다. 셀레늄은 우리 몸에서 해독기능과 면역력 향상 등으로 기대되는 성분이다. 셀레늄 섭취량이 적은 우리나라에서 브라질너트는 더욱 주목받을 수 밖에 없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브라질너트 100g에는 약 1817㎍의 셀레늄이 들어있다. 이는 셀레늄이 많은 식품으로 잘 알려진 굴(77㎍/100g)·참치(90.6㎍/100g)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다만 셀레늄은 과다 섭취시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 브라질너트는 하루에 한 두 개 정도면 충분하다.
가장 날씬한 ‘칼로리 여왕’→캐슈넛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즐겨먹은 견과류인 캐슈넛은 ‘칼로리의 여왕’이다. 다른 견과류에 비해 칼로리가 낮다. 미국 농무부(USDA) 영양분석자료에 따르면 생 캐슈넛 100g은 553㎉이다. 이는 ‘날씬한 견과류’로 알려진 피스타치오(560㎉)보다 낮은 수치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영양성분 자료에서 살펴본 열량 역시 100g당 576㎉로, 피스타치오(583㎉)보다 낮았다.
다른 견과류보다 은은한 단 맛이 있지만 혈당지수(GI·식품의 혈당 상승 속도를 수치화 한 것)는 27로 ‘저당(100을 기준으로 55 이하)’에 속한다. 당뇨병 환자들의 영양간식으로 활용되며, 부드러운 식감으로 노년층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견과류이기도 하다.
식물성 식품에 드문 ‘완전 단백질’→피스타치오
날씬한 견과류 자리에서는 2등이지만 피스타치오는 ‘단백질’ 부분에서 가장 돋보이는 견과류이다. 모든 견과류에는 단백질이 들어있으나 주목할 부분은 식물성 식품에서 보기 드문 9가지 주요 아미노산이 모두 들어있다는 점이다. 유럽영양협회연맹(FENS) 회의에서 발표된 연구(2019)에 따르면 구운 피스타치오에는 적정 수준의 9가지 주요 아미노산이 모두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우수한 식물성 단백질이라는 의미다. 우유와 유제품도 먹지 않는 비건(vegan·완전채식)이나 다이어트 시 단백질 대체식품으로 활용하기 좋다. 피스타치오 한 줌(28g)에는 6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