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집값 월세, 모두가 불행한 부동산
1가구1주택 정책으로 똘똘한 한 채 몰려
집값 상승, 임대 줄어 저소득층만 피해
근본 원인은 서울 쏠림…혁신인재 선호
기업 수도권으로 집중, 갈수록 가속화
서울 대항마 만들어야…지방 뭉치는 게 살길
누더기 된 부동산 정책, 기본으로 돌아가야
“집값, 이거 잘 몰라요. 집을 사려고 마음 먹었다면, 새소리 나는 데 말고 차 소리 나는 데 사세요!”
자고 나면 오르는 집값에 억울해하고 분노하는 이들이 많다. 영끌이라도 해 아파트를 살 걸 후회하고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한탄한다. 무주택자는 무주택자대로, 다주택자는 다주택자대로 울분을 토하는 분노와 상실의 시대, 부동산 해법은 없는 걸까?
마강래 중앙대 교수가 말하는 ‘차세권’은 부동산 투자를 권하는 포인트가 아니다. 메가트렌드를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다. 트렌드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부동산 정책을 내놓아도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마 교수는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메디치미디어)에서, 누더기가 된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공급 위주가 아닌 수요 중심 정책을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강조하는 수요정책은 지금처럼 수요를 억제하는 게 아니라 수요를 분산하는 정책이다.
무주택자를 울리는 건 집값 상승 뿐 아니라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현실이다. 저자에 따르면, 전세가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세의 본질적 특성때문이다. 전세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으로, 개발 시기 높은 금리에 집을 소유한 자나 빌리는 자 모두에게 이로웠다. 그런데 금리가 낮아지면서 갭 투자의 먹이가 됐다. 집값이 상승하면서 앉아서 돈버는 역할을 한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까? 전세가 생존하기 힘든 조건들이 많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이 높아지고 3기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면 집값이 안정화돼 갭 투자가 시들해질 가능성이 크다. 다주택자들이 높은 세금에 집을 매매로 내놓거나 증여하면 전세물량은 줄어들게 된다. 현금 여력이 있는 다주택자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전세가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전 국민적 관심사인 집값은 오를까, 내릴까? 전문가들은 엇갈린다. 집값이 당분간 오른다는 쪽은 아직도 수요가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런가하면 폭락론자들은 지금 집값은 비정상적인 거품이기 때문에 곧 꺼질 것으로 본다.
저자는 거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잣대인 물가와 총통화량, 경제규모와 소득, 대출상환능력, 전세가 등을 하나하나 따져나가며,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적시한다. 즉 최근 몇 년간 거품 국면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고점 국면에 있다는 것이다. 거품 붕괴가 늦어지고 있는 건 코로나 팬데믹 하에서 풀린 돈과 저금리 탓으로, 금리인상은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국토균형발전을 주장해온 저자는 부동산대책 역시 여기에 답이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우선 다주택자를 잡는 현 정부의 1가구 1주택이 왜 역효과를 내는지 짚는다. 주택을 살 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 충분치 않을 경우, 오히려 임대물량만 줄어 저소득층만 피해를 볼 수 있다. 또한 다주택자에 대한 잔방위적 규제는 똘똘한 1채 현상을 만들어 국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강화한다. 똘똘한 집들이 몰려 있는 곳의 집값을 폭등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도권 일극화를 완화하는 공간정책 없이 다주택자를 몰아가는 정책은 적절치 못하다는 설명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어떤가?
지금 부동산세는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모두 높아져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1가구1주택자에게는 그닥 부담이 없다. 종부세 부담으로 내놓으려는데 양도세가 높아 내놓지도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1채에 집중하고, 구매자들도 영끌을 해서라도 상승 여력이 있는 곳에 집을 사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우리 국토 공간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으며, 쏠림현상은 또 집값을 밀어올린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집값을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장기적 수요 변동을 일으키는 국토의 쏠림 현상이다.
인구가 과도하게 쏠리면 집값은 뛸 수 밖에 없다. 공급을 아무리 많이 해도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한다.금리가 올라가도 유동성이 회수돼도 집값은 잠깐만 주춤할 뿐이다. 인구쏠림현상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힘이란 걸 저자는 모의실험으로 보여준다.
수도권 쏠림은 인구뿐만 아니라 혁신성과 성장성이 큰 기업들이 몰리면서 쏠림현상을 가속화한다. 기업의 연구개발센터는 수도권 집중이 더 심하다. 시청을 중심으로 판교까지가 현재 혁신인력을 구할 수 있는 남방한계선이다. 2020년 이후 매년 750미터씩 올라온 셈이다. 이는 2030혁신인재들이 교통이 좋고 직장, 주거, 문화, 교육이 압축적으로 몰린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울에 제2, 제3의 강남을 만들고, 아파트 공급 물량을 늘린다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고 지적한다. 일시적일 뿐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방 몫이 될 것이란 얘기다.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서울, 수도권의 대항마를 키우는 게 관건이다. 저자는 최근 부산, 울산, 경남과 대구 경북 등의 통합형 메가시티를 예로 들며, 몸집을 키워, 강력한 경제 공동체로 거듭나는 게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
핀셋 규제 대신 보편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규제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귀기울일 만하다. 지역을 세분화해 촘촘히 규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보유한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누진적으로 규제하는 등 부동산 정책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마강래 지음/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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