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막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둘러싸고 여야의 대치가 팽팽히 이어지고 있다.
집권 여당은 안건조정위원회 야당 자리에 범여권 의원을 선임한 꼼수로도 모자라 문광위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더니 법사위에서는 안 그래도 개악인 법안을 누더기 악법으로 만들었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은 열람차단청구권이다. 언론 보도 내용이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거나 인격권을 계속 침해해서 피해를 본 자는 열람차단을 청구할 수 있다. 열람이 차단되면 국민이 기사를 확인할 수 없기에 언론사로선 사실상 기사 삭제와 마찬가지다. 권력자들이 사생활이나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의 열람 차단을 요구할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열람차단청구권 제외 기준인 공적인 관심사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 명확하지 않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문제다.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가 있어야 하는데 언론 분야에서 허위나 조작의 기준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증명 책임도 따져봐야 한다. 손해배상책임은 원칙적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가 고의나 중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고의나 중과실이 추정되는 사유를 명시해, 피고(언론사)가 고의나 중과실이 없음을 밝혀야 한다. 원고의 증명책임 부담이 완화되니 언론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권력자들이 전략적인 소송을 제기하는 길이 쉬워졌다. 결국 소송의 위험 때문에 언론은 과거처럼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시점은 숨겨진 함정이다. 이미 같은 제도가 도입된 ‘자동차관리법’ ‘제조물책임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은 개정안 시행 후 행위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한다는 부칙을 둔다. 문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는 이러한 부칙이 없어 개정안 시행 전 언론 보도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액뿐만 아니라 소송에 들어가는 기간과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어느 언론사가 위축되지 않고 권력을 견제할 수 있겠는가. 개정안 시행일이 대선 이후여서 대선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어느 여권 대선주자의 말이 공염불로 느껴지는 이유다.
언론중재법 논란을 보고 있으면 정부 부처 기자실에 못을 박고 전기 공급과 난방을 차단한 사건이 떠오른다. 14년이 지났지만 언론을 장악하려는 유혹은 위헌적인 요소가 가득한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방법으로 계속되고 있다. 못을 박기는 쉽지만 다시 빼는 것은 어렵다. ‘언론 탄압’이라는 못을 만들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망치질을 멈출 기회는 아직 있다. 국회는 토론의 장이다. 숫자로 밀어붙이는 곳이 아니다. 여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야당과 합의해 독소조항을 삭제하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여당에 물러날 명분을 만들어주는 방안도 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는 과거 발언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언론의 자유에 못을 박는 시도를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논의되기를 바란다.
고범준 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이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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