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도 안 쓰는 애물단지가…” 요즘 ‘공중전화’ 이런 것도 해?
[KT링커스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ATM, 전기오토바이 충전소, 1인용 오피스에 방역 부스까지!”

1999년 56만대에 달했던 공중전화. 휴대전화가 보편화되면서 현재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 3만 4000여대가 남아 있다.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 ‘군인’만 쓸 수 있다는 농담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마저도 2016년 중대마다 수신 전용 공용휴대전화가 생기고, 지난해에는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 허용되면서 군부대 내 공중전화도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그런 공중전화가 ‘대변신’하고 있다. ATM, 방역, 전기이륜차 배터리 충전 기능이 더해진 멀티부스는 물론 공중전화 부스를 업사이클링한 1인용 업무공간까지 다양하다. 보편적 역무 서비스로 명맥을 이어가는 공중전화가 도심 속 ‘만능 부스’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기차 충전소·ATM부터 ‘방역 부스’까지

“군인도 안 쓰는 애물단지가…” 요즘 ‘공중전화’ 이런 것도 해?
KT링커스가 운영 중인 '우리동네 방역부스'. [KT링커스 제공]

24일 KT링커스는 공중전화 부스에 살균소독이 가능한 방역설비를 설치해 ‘우리동네 방역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KT링커스는 전국 공중전화를 관리하는 KT 자회사다. 방역 부스 전문업체 쏠라이노텍과 업무협약을 했다. 공중전화 부스에 설치된 ‘에어샤워기’ 버튼을 누르면 OH라디칼이 포함된 바람이 나온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DNA·RNA 구조를 끊어 살균하는 방식이다. 정동극장, 수원역 등 서울(3개)과 수원(3개)에서 시범 운영을 거친다.

공중전화 부스에 부가 기능을 더해 활용도를 높인 일종의 ‘멀티 부스’다. KT링커스는 전국 곳곳에 설치돼 있다는 특징을 활용해 여러 지자체 및 기업과 ‘공중전화 업그레이드’를 위해 협업 중이다. 가장 활발한 것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탑재한 멀티 부스다. 전국 700여개의 공중전화 부스가 ATM으로 활용되고 있다.

“군인도 안 쓰는 애물단지가…” 요즘 ‘공중전화’ 이런 것도 해?
공중전화 부스를 개조해 설치한 전기오토바이 공유배터리 교환소. [KT링커스 제공]

최근에는 전기오토바이 배터리 교환소로도 거듭났다. 경기 성남시, 충청남도, 전북 전주시 등 지자체와 함께 공유배터리 스테이션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용자가 다 쓴 배터리를 스테이션에 두고 충전된 배터리로 교환해가는 방식이다. 올해 말까지 충청남도와 성남시는 각각 20곳, 33곳의 공유배터리 충전소를 설치한다. 충청남도는 내년까지 100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전주시는 오는 2023년까지 20개소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전기차 급속충전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서울, 대구, 순천 등에서 총 10곳의 공중전화 부스에 전기차 급속충전기가 배치돼 운영되고 있다.

1인용 업무공간으로 ‘업사이클링’까지

“군인도 안 쓰는 애물단지가…” 요즘 ‘공중전화’ 이런 것도 해?
폐기 공중전화 부스를 재활용한 1인용 업무공간 아라부스. [KT링커스 제공]

공중전화 부지 활용을 넘어 철거된 공중전화 부스를 재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해마다 수천개 공중전화가 철거되며 생기는 부스를 1인용 업무용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 지난해 5000대, 올해에만 1000대의 공중전화가 철거됐다.

KT링커스는 지난 2월부터 공유오피스업체 아라워크앤올과 함께 ‘아라부스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폐기 예정인 공중전화 부스를 ‘1인용 사무공간’으로 재활용한다. 외부 소음 차단은 물론 기가 인터넷망, 고속충전 서비스 기능을 더했다. 현재 판교에서 3개 ‘아라부스’가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