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자가 대대로 쓴 음식서 수운잡방도 보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2019년 미국에서 환수한 19세기 ‘국새 대군주보’를 비롯해 1946년 일본에서 환수한 대한제국기 ‘국새 제고지보’, ‘국새 칙명지보’, ‘국새 대원수보’ 등 4과, 고려 시대 금속공예 기술의 절정을 보여주는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을 비롯해 조선 초기 음식조리서인 ‘수운잡방’, 불경 ‘예념미타도량참법 권1~5’ 등 총 7건을 24일 보물로 지정 고시했다. ▶헤럴드경제 6월 28일자 보도
‘국새 대군주보’ 등 4과는 모두 국내로 돌아온 환수문화재로서, 보물로서의 역사적 상징성과 조형성을 인정받았다. 국새와 어보는 조금 다르다. 국새(國璽)는 국가의 국권을 상징하는 것으로 외교문서나 행정문서 등 공문서에 사용된 도장이고, 어보(御寶)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으로, 왕이나 왕비의 덕을 기리거나 죽은 후의 업적을 찬양하기 위해 제작해 국가에서 관리한다.
앞서 2017년 1월 국새 황제지보, 유서지보, 준명지보가, 2009년 9월 대한제국 고종 황제어새가 보물로 지정된 바 있다.
국새 대군주보는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을 앞둔 1882년(고종 19년) 7월 1일 제작된 것으로, 높이 7.9cm, 길이 12.7cm 크기로 은색의 거북이 모양 손잡이(귀뉴 龜鈕)와 도장 몸체(인판 印板)로 구성된 정사각형 형태의 인장이다. 외교, 고위 관원 위임장, 사령장, 대군주의 명으로 반포되는 법령 등에 날인한 국새로, 2019년 12월 미국의 재미교포로부터 기증받아 환수되었으며, 지금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1897년 10월 11일 대한제국이 선포되면서 국호(國號)를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고치고 국새도 ‘대한국새(大韓國璽)’로 바뀌었다. 1899년 1월부터 ‘대한국새’를 사용하면서 ‘대군주보’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
앞서 1946년 미군정으로부터 환수 받은 6과의 국새는 1949년 총무처 주관으로 특별전에서 공개된 후 6․25 전쟁 동안 모두 유실됐다. 그 뒤 경위는 알 수 없으나, 1954년 ‘제고지보’, ‘대원수보’, ‘칙명지보’ 3과가 경남도청 금고에서 발견되었고 그 해 국립박물관으로 이관됐다. 누군가 빼돌릴 심산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보물이 된 ‘국새 제고지보’는 대한제국기 황실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유물이며, 공예, 서예, 전각 분야에서도 당대 최고 수준의 문화적 역량이 담긴 문화재다. 미확인된 대한제국 국새의 발견을 위한 근거자료로서의 가치도 크기 때문에 보물로 지정해 보존하는 것이 타당하다.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은 조선 시대 유학자 조광조(趙光祖, 1482~1519)를 기리기 위해 세운 도봉서원(道峯書院)의 중심 건물지로 추정되는 제5호 건물지의 기단 아래에서 2012년 수습된 것이다.
원래 조선 시대 도봉서원 터라고 알려진 이곳은 2017년 추가 발굴조사를 진행하는 도중 고려 초기 고승 혜거국사(慧炬國師) 홍소(弘炤, 899∼974)의 비석(碑石) 파편이 발견되었고, 비문의 내용 중 ‘도봉산 영국사’(道峯山 寧國寺)라는 명문이 판독됨에 따라 이 지역이 고려 시대 사찰 ‘영국사(寧國寺)’의 터였음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로써 도봉서원이 영국사 터에 건립되었다는 사실과 발굴지에서 수습된 금속공예품은 바로 영국사에서 사용한 고려 불교의식용 공예품이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수운잡방(需雲雜方)은 경북 안동의 유학자 김유(金綏, 1491∼1555)에서부터 그의 손자 김영(金坽, 1577∼1641)에 이르기까지 3대가 저술한 한문 필사본 음식조리서이다. ‘수운잡방’은 즐겁게 먹을 음식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이라는 의미로, 음식 조리서가 보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첫 사례이다.
제목의 ‘수운(需雲)’은 주역(周易)의 “구름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 ‘수(需, 즉 수괘需卦)’이니, 군자가 이로써 마시고 먹으며, 잔치를 벌여 즐긴다(雲上于天, 需, 君子以飮食宴樂)”에서 유래한 것으로, 연회를 베풀어 즐긴다는 의미이다.
이 책은 김유가 지은 앞부분에 86항, 김영이 지은 뒷부분에 36항이 수록되어 모두 122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114종의 음식 조리와 관련 내용이 수록되었다. 항목을 분류하면 주류(酒類) 57종, 식초류 6종, 채소 절임 및 침채(沈菜, 김치류) 14종, 장류(醬類) 9종, 조과(造菓, 과자류) 및 당류(糖類, 사탕류) 5종, 찬물류 6종, 탕류 6종, 두부 1종, 타락(駝酪, 우유) 1종, 면류 2종, 채소와 과일의 파종과 저장법 7종이다. 중국이나 조선의 다른 요리서를 참조한 예도 있지만, ‘오천양법(烏川釀法, 안동 오천지방의 술 빚는 법)’ 등 조선 시대 안동지역 양반가에서 만든 음식법이 여럿 포함되어 있다.
‘수운잡방’은 조선 시대 양반들이 제사를 받드는 문화인 ‘봉제사(奉祭祀)’와 손님을 모시는 문화인 ‘접빈객(接賓客)’을 잘 보여주는 자료이자 우리나라 전통 조리법과 저장법의 기원과 역사, 조선 초‧중기 음식 관련 용어 등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학술적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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