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IoT 발달할수록 탄소배출 증가
현재 인프라 환경에선 수조원대 경제 타격
‘넷제로’ 현실 대안·방향성에 정부역할 중요
‘승자 독식’ 공정치 못하다 느끼는 사회
사람·구성원 중심 문화 구축 중요
ESG·사회적가치가 변화 이끄는 힘
‘스타트업’ 발전, 실리콘밸리 따라하기보다
한국식 대기업·벤처 함께 ‘협력생태계’
5G 특화 AI 등 우리가 잘하는 것 해야
유웅환 SK텔레콤 ESG혁신그룹장(부사장)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넷제로’(탄소순배출량 0), ‘RE100’(재생에너지 100%달성) 등의 목표는 큰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의 발달로 데이터·정보의 이동이 늘면서 탄소배출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수조원대의 경제적 타격이 예견된 만큼 현실적인 대안과 구체적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승자독식 등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는 “2등이 먹을 게 없는 시대”라고 우려했다. 사람·구성원 중심으로 조직을 구축해, 개인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줘야 ‘공정한 사회’라고 강조했다.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에 대해서는 그동안 한국에 기회로 작용했지만, 허들이 높은 시스템 반도체를 제대로 육성하지 못할 경우 큰 위기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유 그룹장은 SK텔레콤에서 스타트업 육성 업무를 담당했고, 현재는 ESG 경영 선봉에 서 있어 그룹 내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인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에서 반도체 전문가로 일하다 2017년, 문재인 선거 캠프에 영입돼 ‘사람중심 4차산업혁명’ 정책 설계를 담당했다. 당시 공정, 창의, 사람중심 문화를 역설했던 그와 지난 5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만나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3가지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ICT 기업이 느끼는 위기 강도, 부담 어느 정도인가.
▶현재 ICT 기업들은 에너지·화학 기업들에 비하면 탄소배출량이 적다. 하지만 스마트공장, 사물인터넷(IoT) 등이 발달할수록 ICT 분야는 탄소배출량이 증가한다. SK는 지난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RE100에 가입했고, 최근 넷제로도 선언했다. 이를 이행하려면 현재 인프라 환경에서는 수조원대의 경제적 타격이 생긴다.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우선 자유로운 에너지 거래가 선행돼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하기 비싸다. 양자 PPA(전력구매계약) 등을 통해 자유롭게 거래하는 시장경제가 형성돼야 한다. 한전을 통해서 사는 게 아니고 누구나 전력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의 경우 그리드패러티(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와 기존 화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 달성이 쉬운, 자연환경이 축복받은 나라들 많다. 신재생에너지가 싼 곳에서 자유롭게 사오면 된다. 단가가 비슷해야 기업의 경영활동 위축을 막을 수 있다. 친환경 경영을 선도하는 기업에 ‘채찍보다 당근’을 줘야 한다.
-ESG 전담하고 있지만, 앞선 이력도 화려하다. 특히 4년 전 캠프 때 공정, 정의, 사람이 배제된 4차산업혁명 등에 대해 지적했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평가하는가.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 측면에서 보면 4차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대전환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변화다. 지리는 산업에 있어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등이다. 2019년 세계 최초로 5G 인프라 구축했고, AI 쪽으로도 투자는 잘되고 있는 것 같다. 인화적 측면에서 보면 ‘뛰어난 리더가 끌어당기는 문화가 바뀌었는가’라는 점에서 물음표다. 리더들의 마인드가 사람중심·구성원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게 해준다고 느끼지 못하니까, 공정하지 못한 사회라고 느낀다.
-당시 기술 분야에서 승자독식 심하다고 했다. 지금은 어떻게 보는가.
▶4차산업에서 디지털화·가속화 어느 나라나 숙제다. 빠른 변화와 속도에 익숙한 사람(위너)이 모든걸 갖고, 2등은 먹을 게 없는 시대다. 그동안은 패스트팔로워도 괜찮았지만, 앞으로는 승자가 더 독식할 것이다. 미국도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 독식한다. 명을 밝게해 암을 없애는 게 숙제인 데 그게 ESG, 사회적가치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승자독식 구조 깰 수 있지 않을까. 규제 샌드박스 생겼지만 조건부승인이라 사업 확장이 안 된다는 지적 많다.
▶규제라는 게 수풀처럼 얽히고 설켜있다. 하나만 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규제 샌드박스란 차선책 선택한다. 기본 틀은 만들어주되 네거티브 규제 안에서 자립적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유니콘 기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와 비교하면 한국 벤처 생태계 어떤가.
▶실리콘밸리는 역사도 오래됐고, 땅으로 치면 농작물이 잘 자라는 옥토다. 하지만 그들을 무조건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대기업과 벤처기업 협력모델 잘 만든다. 5G, AI 생태계, ESG 등에서 기술 벤처스타트업을 육성해 벤처·대기업이 함께 사회적 가치 만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반도체 전문가이기도 하다.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우리 기업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의 규제 때문에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굴기가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 추격 매섭다. 앞으로 반도체 더 중요해진다. 데이터 전송이 빈번해지고 전송량이 늘어나면서 중앙 데이터센터가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데이터가 수집되는 현장에서 바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연산결과를 적용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가끔 쓰는 올드 데이터만 중앙에 저장하고, 자주 필요한 것은 가까이서 처리하는 식이다. SKT는 5G MEC에 집중하고 있다. AI 반도체 ‘사피온’을 데이터센터에서 적용하고 기술 실증도 한다. 통신회사에서 반도체 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피온은 우리만의 강점을 살리는 하나의 방법이다.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시장점유율 낮다. 어떻게 육성해야 하는가.
▶현대차에 있을 때 ‘에쿠스’를 분해했다. 에쿠스에 3200여개 반도체가 들어가는데 이중 국내 반도체 하나도 없었다. 전기·전자·아키텍처 구상부터 원팀으로 협력해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 최고 회사(삼성), 세계적 통신회사(SKT), 톱5 자동차 회사(현대차) 함께 있다. 1+1은 2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커진다. 앞으로 단위 산업기술로는 퍼스트무버가 될 수 없다. 다른 산업 간 결합 통해 경쟁력 확보해야한다. 5G에 특화된 반도체, 5G에 특화된 AI 등 우리가 잘하는 것 해야한다. 중국이 못 따라오는 분야다. 정리=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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