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채용조건 금품요구’ 검찰에 진술했다 해임
복직날 창고서 학생용 책걸상에 앉아 퇴근까지 대기
인권위 “학생·교사에 노출, 모멸감 줬다” 판단…개선권고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교원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한 후 해임됐다가 복직한 교사를 다른 교사들과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창고에 대기시킨 학교에 대해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광주광역시 소재 학교법인 A학원 이사장에게 산하 B고 교사 손모 씨를 복직 첫날 창고에서 대기하도록 한 학교장과 행정실장에 대해 주의 조치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손씨는 2017년 A학원 교사 채용시험에 응시해 이듬해 3월 임용됐다. 손씨는 2018년 1월 A학원의 채용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에 출석해 해당 이사장이 교사 채용을 조건으로 5000만원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같은 해 5월 이사장을 배임수재미수 혐의로 기소했고, 재판에서는 징역 6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자 A학원은 지난해 손씨를 배임중재미수 혐의로 고소했을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해임했다. 손씨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처분 취소 청구를 해 복직 명령을 받아냈다. 배임중재미수 고소 사건도 증거가 없어 검찰에서 불기소 결정을 받았다.
손씨는 지난해 12월 어렵게 복직했지만, 복직 당일 오전 10시30분께부터 퇴근까지 통합지원실 물품보관 공간에 대기하라는 행정실장의 명령을 받았다. 교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은 손씨가 하루종일 창고에서 학생용 책걸상에 앉아 대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학원 측은 “손씨의 복직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출근해 근무 장소를 마련할 시간이 없었고, 당일 대기한 공간은 복무를 내리기 위해 잠시 3~4시간 정도 기다리는 장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물품보관 공간은 운동용 매트, 옷걸이, 가전제품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보이며 교사의 지위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학생용 책걸상을 제공하는 등 해임 후 복직한 교사의 대기공간으로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적절한 조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위 공간에서 학생용 책걸상에 앉아 대기하는 모습이 학생 및 동료 교사들에게 노출돼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격권 침해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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