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주문시 제공되는 일회용 식기류 [헤럴드경제DB]
배달 주문시 제공되는 일회용 식기류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최근 배달 주문에서 포크를 제공하는 경우가 늘었다. 배달의민족 내에서 고객 요청 시에만 수저·포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바뀐 후, 오히려 이를 요청하는 고객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A씨는 “업종 특성상 그동안 일회용 식기류를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요청이 많아졌다”며 “고객들이 습관적으로 수저 요청을 체크하기 때문인지, 오히려 요청이 늘어서 당황스럽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부터 배달의민족이 도입한 ‘수저 미제공’ 정책이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았다. 일부 업종에선 오히려 식기류 요청이 늘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것. 수저 요청 여부를 착각한 고객들로부터 불합리하게 리뷰 별점 테러를 받은 경우도 있다.

“우리 집만 수저 요청 늘었나?”…일부 자영업자들 토로

배민은 지난 6월부터 포장·배달 주문 시 별도로 일회용 식기류를 요청해야만 제공이 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주문 시 “일회용 수저, 포크 등 안 주셔도 돼요”를 체크해야 식기류가 제공되지 않았지만 반대로 별도 요청을 해야만 제공되는 방식으로 주문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일부 현장에선 오히려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배달 자영업자들이 의견을 공유하는 한 커뮤니티에는 A씨의 사례처럼 정책이 달라진 후 오히려 수저를 요청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토로하는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다.

한 자영업자는 “카페인데 포크 달라는 요청이 늘었다”며 “예전에 포크 요청이 10건 중 2건이었다면 지금은 8건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도 “2개월 동안 젓가락을 100개 정도 사용했는데, 6월 정책이 시행된 이후엔 2개월 동안 300~400개가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자영업자들은 “거의 대부분 주문 건에 ‘수저요청’이 포함된 거 같다”, “원래 가끔 요청했는데 요즘엔 식기류 요청이 너무 많아졌다”, “처음에 요청이 줄어드는 듯하더니 지금은 오히려 더 나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는 일부 고객들이 무조건 ‘수저 요청’으로 주문을 접수하면서, 기존에 수저가 기본으로 나가지 않았던 업종에서까지 오히려 식기류 요청이 늘어나는 역효과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 캡처]
[배달의민족 캡처]
배민라이더 [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민라이더 [우아한형제들 제공]

억울한 별점 테러도…친환경 취지는 공감대

이와 함께 수저 요청 여부를 착각한 고객으로부터 불합리하게 리뷰 테러를 받은 경우도 있다.

한 자영업자는 “주문서에 수정요청이 없어 보내지 않았는데, 수저랑 젓가락을 넣어주지 않았다며 별점을 깎더라”며 “아직도 일부 고객들은 정책이 달라진 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수저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리뷰 테러를 당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현장에서 이같은 의외의 변수가 발생했지만, 자영업자들은 기본적으로 친환경 정책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아직까지는 정책 시행 초기인만큼, 배달업계 전반의 문화로 자리잡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업종의 수저 제공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배달업계에선 일회용품 사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배민에 따르면 정책이 도입된 지난 6월1일부터 18일까지 일회용 수저·포크를 받지 않는 주문이 전년동기대비 169.89% 증가했다.

전체 주문에서 일회용 수저와 포크를 안 받겠다고 선택한 주문의 비중이 73%로 지난 5월(15%)보다 늘었다.

한편, 배민 외에도 쿠팡이츠, 요기요 등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요청 시에만 일회용 식기류를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배달업계는 종이 용기 도입 등 친환경 식기 정책을 지속해서 확대해 갈 계획이다.


sjpar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