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으로 인해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의 감염병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높은 예방 접종률로 치명률이 상당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검토할 수 있는 주장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를 독감(인플루엔자)처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와 공존이 불가피하다는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다.
반면 계절에 따라 유행하는 독감 수준으로 간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맞선다.
특히 독감 환자와 코로나19 환자 사이 몸속 반응이 명확히 다르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지금의 백신 중심 대응이 아닌 확실한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독감 환자에 없는 ‘이상’이 코로나 환자에 있다
독감 환자와 코로나19 환자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바이러스 대항 능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충남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김연숙, 천신혜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정상인이나 독감 환자와는 달리 코로나19 환자에게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비정형 자연살해’ 세포를 발견했다. 우리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없애는 기능의 세포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정형 자연살해 세포가 일반적인 자연살해 세포보다 세포독성 기능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에 대항해 일차적으로 선천면역 반응이 나타난다. 항바이러스 선천면역 반응을 담당하는 주된 세포가 바로 자연살해 세포(NK세포)다. 자연살해 세포 대부분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죽이는 세포 독성 세포로 이뤄져 있다.
그간 코로나19 환자에서 이러한 세포 독성 자연살해 세포의 수나 기능이 감소돼 있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자연살해 세포의 구체적인 변화나 기능감소 기전에 대해서는 이번에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이에 따라 경증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항바이러스 기능 저하가 일주일 내로 사라지지만, 중증 환자에서는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정형 자연살해 세포들은 질병의 중증도와 관계없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에서 공통적으로 질병 초기에 빠르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환자의 선천면역 반응이 약화됐다.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비정형 자연살해 세포들의 증가 상태가 더 장기간 지속돼 선천면역 반응 손상으로 이어졌다. 바로 이것이 독감과 가장 다른 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임가람 KAIST 박사 연구원은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서는 보이지 않는 자연살해 세포 변화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임상적 특징을 이해하고, 중증 환자에서 선제적인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는 임상적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도 신 교수 팀은 코로나19 중증 및 경증 환자의 혈액을 중증 독감(인플루엔자) 환자의 혈액과 비교했다. 그 결과 중증과 경증을 막론하고, 코로나19 환자의 면역세포에서는 사이토카인(면역물질)의 일종인 종양괴사인자(TNF)와 인터류킨-1(IL-1)의 영향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TNF와 IL-1은 염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인플루엔자 환자들의 면역세포는 인터페론 자극을 받은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1형 인터페론은 주위 세포를 자극해 세포가 ‘바이러스 비상 체제’에 돌입하고,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게 만든다. 이 과정은 선천성 면역계가 침입한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원리로 통한다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가능할까
최근 정부는 오는 11월 전 국민의 70% 이상이 백신접종을 완료하는 시점에 들어서야 코로나19 방역체계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금의 코로나19 치명률 수준을 고려할 때 독감처럼 관리하기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 독감 감염률은 인구 대비 5~10% 정도로 연간 250만~500만명이 감염된다. 이 중 0.05~0.1%가량인 2000~4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0.1%보다는 0.05%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가가 고위험군에 무료 예방접종을 제공하고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처방한 결과다. 인구의 10∼20%가 감염되고 치명률이 0.1%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등과는 차이가 있다.
국내 누적 코로나19 치명률은 0.99%로 독감보다 훨씬 높다. 백신 접종 효과가 쌓이면서 지난달의 경우 0.2%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독감보다는 최소 2배 이상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에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도 지난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방역체계 전환 논의와 관련해 “위중증 환자 중심의 관리체계에 대해서는 계속 숙고 중이지만 예방 접종률이 제고되고 유행이 안정화됐을 때 논의 가능한 사안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전까지 인구 70%가 1차 접종을 완료하고 11월까지 2차 접종을 완료하는 두 번의 목표 시점이 있기 때문에 접종률, 위중증률, 치명률을 지켜보면서 체계 전환을 차근차근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독감처럼 관리하게 되면 의료관리가 다소 약화하면서 코로나19 치명률이 올라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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