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1786~1856)는 한국 미술과 예술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큰 산이다.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卷氣)”의 표상인 추사를 읽어내는 일은 웬만해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추사에 꼼짝없이 붙들린 이들이나 가능한 일이다.

미술사학자 최열은 고등학교 시절, 헌책방 거리에서 추사를 만난 뒤, 평생 추사를 탐구해왔다. 그리고 10년 전,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1000쪽이 넘는 묵직한 평전을 완성했다.

‘추사 김정희 평전’(돌베개)은 추사 탄생과 사망 관련 신화부터, 출생지의 진실, 추사 사문과 사제 관계, 북경행과 옹방강과의 만남, 추사체의 탄생과 개화, 금석학 연구와 실사구시론 난초화법 등 예술론과 예송 관련 사연, 백파와 관련된 논쟁 등 삶과 작품, 논란과 담론을 총망라했다.

출생지와 몇몇 작품 상의 지명 오류 등도 바로잡았다. 추사의 고향은 예산으로 알려져왔으나 최열은 흠영의 일기를 토대로 추사가 외가인 한양 남부 낙동에서 태어났음을 밝힌다. ‘박제가 스승설’과 청나라 금석학의 대가 옹방강과의 만남의 실체도 따져나갔다.

탐정이 눈에 띄지 않는 증거 하나도 놓치지 않고 합리적 추론으로 진실을 드러내듯, 문헌과 기록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실마리를 찾아내는 과정이 흥미롭다.

저자는 추사 예술의 완숙한 경지를 보여주는 제주시대를 집중조명했다. 특히 ‘세한도’와 ‘불이선란도’에 대한 담론을 총정리하면서, ‘세한도’ 제작시기와 북경 왕복 이후 신화화 과정을 명료하게 드러내며, ‘완당바람’의 허상과 실상을 밝혔다. ‘불이선란도’의 경우, 오랫동안 정본의 지위를 지켜온 임창순의 해석에서 벗어나 이설을 제기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책은 추사에 대한 기존 연구성과를 빠짐없이 검토하고 사실관계를 치밀하게 추적, 추사에 관한 거의 모든 기록을 정리함으로써 연구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여기에 ‘세한도’, ‘불이선란도’, ‘불광’, ‘판전’을 특별면으로 구성하는 등 250여 컷의 풍부하고 선명한 도판과 체계적이고 상세한 해설은 추사의 예술세계를 온전히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윤미 기자

추사 김정희 평전/최열 지음/돌베개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