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 거래량 반년째 아파트 앞질러
실수요·투자수요 유입으로 매맷값도 오름세
오피스텔로도 풍선효과…거래량·가격 상승
“당분간 우상향…투자관점 접근엔 유의해야”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수도권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데다 전셋값마저 크게 뛰면서 아파트보다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이나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주택 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선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넘어서는 현상이 6개월째 계속되고 있고 오피스텔 매매가격 상승률도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비(非)아파트 시장으로 투자 수요까지 유입되고 있어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모양새다.
18일 한국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건수는 지난 16일 기준 총 4843건으로 아파트 매매건수(3353건)보다 1.5배 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거래 신고기한이 남았으나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통상 아파트 거래량은 빌라보다 월간 기준 2배까지도 많은 것이 일반적인데 올해 들어서는 이례적으로 6개월째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를 앞서고 있다.
지난해 12월만 하더라도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5479건으로 아파트 거래량(7538건)에 한참 못 미쳤으나 올해 1월 5838건으로 아파트(5789건)를 근소하게 앞지르며 역전했다. 이후 2월에는 4459건으로 아파트(3867건)보다 15.3%, 3월에는 5131건으로 아파트(3786건)보다 35.5% 많았다. 4월에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가 5710건 체결되며 아파트(3658건)와의 격차를 2000건 이상으로 벌렸다. 5월 들어선 아파트 거래량(4787건)이 크게 늘었지만 다세대·연립주택(5974건)도 올해 최대거래량을 기록하며 열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격도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3억2980만원으로 올해 1월(3억2207만원)보다 800만원 가량 올랐다. 지난해 8월(3억113만원) 처음 3억원을 넘긴 뒤 매달 상승하는 추세다.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빌라 시장으로 동시에 유입되면서 거래량과 거래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대체재로 빌라를 찾는 무주택자가 늘었고 저층 주거지 재개발 등 정비사업 기대감으로 투자자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풍선효과는 오피스텔 시장에서도 나타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의 오피스텔 매매가격 상승률은 0.22%로 전달(0.12%)보다 오름폭이 0.1%포인트 확대됐다. 올해 1월 0.09% 수준이었던 수도권 오피스텔값 상승률은 3월 0.14%로 뛰었으며 4월 다소 주춤하다가 5월 들어 0.1%대로 올라왔다.
수도권 오피스텔 거래량은 지난 5월 기준 9457건으로 3월(1만717건)과 4월(1만308건)보다 소폭 줄었으나 작년 한 해 월평균 수치(9304건)보다는 많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아파트값 상승으로 대체 가능한 중대형 오피스텔과 교통 편의성이 우수한 역세권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수요가 유입되면서 매매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비아파트의 매맷값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아파트값이 너무 많이 오르다 보니 매수여력이 없는 수요자가 빌라나 오피스텔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빌라·오피스텔의 가격도 당분간 우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다만 “빌라나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감가상각이 큰 편이라 가격 상승에 한계는 있을 것”이라며 “투자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매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