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치료 목적 아닌데도 장기간 병실 청소 맡겨
“병원 직무 환자에 전가…정신건강복지법 위반”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정신의료기관이 입원환자에게 병실 청소를 떠넘긴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병실 청소를 환자에게 전담시켰다는 진정이 제기된 A정신병원장과 관할 군수에게 각각 청소 관행 개선과 지도·감독을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진정인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A정신병원에 보호입원된 사이 다른 환자들과 매일 당번을 정해 병실을 청소해야 했으며, 이를 거부하자 환자들과 다툼이 생겨 병원 생활이 어려웠다며 진정을 냈다.
A정신병원 측은 복도 등 공용 공간 청소는 별도 직원이 담당하고 있고, 개별 병실만 입원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청소·관리하고 있으며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A정신병원은 지난해 11월 공용 공간 청소를 전담하는 직원을 채용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병원이 장기간 청소 직원을 뽑지 않고 환자들에게 병실 청결 유지를 맡긴 것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및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69조 제3항은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장은 입원 등 시설을 이용하는 정신질환자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시에 따른 치료 또는 재활의 목적이 아닌 노동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A정신병원 환자들의 병실 청소 관행은 전문의의 치료 계획과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단순한 자기 주변 정리를 넘어선 청소노동이며, 병원의 직무를 환자들에게 전가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환자들의 병실 청소가 관행처럼 굳어져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진정인처럼 청소를 원치 않거나 기존의 청소 방식을 거부할 시에는 원만한 환우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요가 아니라는 병원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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