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은 국가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연구기관이지, 국민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강원랜드, 도로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처럼 매년 고객만족도 조사를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한 출연연 관계자의 푸념이다. 이처럼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매년 다른 공공기관과 함께 고객만족도 조사를 받고 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은 지난 2008년부터 정부가 도입한 공공기관운영법상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정책 추진과 기관 평가 시 일반 공공기관과 동일한 잣대로 규제를 받으면서 연구자율성과 연구기관 독립성이 침해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모든 공공기관의 정규직 정원을 기재부가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탓에 연구개발 규모 증가에도 인력 확보가 어려워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또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해 기존 정년이 61세인 출연연들은 연봉만 깎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는 정확한 고객을 정의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은 기관도 많았고 평가결과가 기관평가에 연계돼 있어 여기에 과도하게 매몰되는 기관도 많았다.
이 같은 이유에서 과학기술 출연연들의 특성을 살린 연구목적기관 지정은 숙원 중 하나였다. 지난 2019년 2월 신용현 의원이 발의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통과돼 69개 과학기술기관들이 ‘연구목적기관’으로 지정됐다.
연구목적기관 지정법은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 등에 대해서는 기관의 성격 및 업무 특성을 반영, 기재부 장관이 기능 재조정 및 민영화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게 하는 것이다. 법안 통과로 인해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인정되고 출연연의 자유로운 연구환경 조성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연구기관으로 그 특수성을 인정받게 되면 그동안 일률적으로 받던 규제, 인력 운영, 예산 집행, 평가법이 기존과는 다르게 적용돼 연구기관에 맞는 평가법, 보고형식 등에 따라 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 개정 3년이 지났지만 일선 연구현장의 변화는 전혀 없는 상태다. 기타 공공기관에서 연구목적기관으로 분류는 됐지만 연구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한 시행령 및 지침 개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계에서는 이 법안 한계가 명확하기에 연구목적기관으로 별도 분류해도 큰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말한다. 출연연 등이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돼도 공운법이라는 큰 틀 안에서 다른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지켜야 할 사항이 많다. 69개 연구목적기관들에 다 들어맞는 지침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신 의원이 21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해 추가적인 행보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KBS와 국립대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출연연 등은 공공기관에서 해제돼 공운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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