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씽부터 추다혜차지스까지…전통음악 새 흐름 이끈 주역

무가와 밴드음악의 결합…추다혜가 하나의 장르

민요와 연기 전공…소리꾼이자 배우로 광폭행보

대중성 먼 작업…도리어 대중에겐 센세이션

민요 록밴드 씽씽부터 무가(巫歌)에 밴드를 결합한 추다혜차지스에 이르기까지 추다혜는 지난 몇 년 사이 재발견된 전통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그의 음악세계는 ‘추다혜’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추다혜는 ‘하나의 장르’가 됐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민요 록밴드 씽씽부터 무가(巫歌)에 밴드를 결합한 추다혜차지스에 이르기까지 추다혜는 지난 몇 년 사이 재발견된 전통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그의 음악세계는 ‘추다혜’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추다혜는 ‘하나의 장르’가 됐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끊임없이 ‘미지의 세계’를 찾았다. “‘본의 아니게’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본의 아니게 새로움을 추구하고, 의도하지 않았는데 무언가 ‘시초’가 되고, 앞장서는 사람이 됐어요.”

미국 공영방송 라디오 NPR ‘타이니 데스크’에 한국 뮤지션 최초로 출연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민요 록밴드 씽씽, 무가(巫歌)에 레게·힙합·펑크·댄스·록 등을 결합한 추다혜차지스…. 추다혜(36)는 지난 몇 년 사이 재발견된 전통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무엇’이라고 섣불리 규정하기 어려운 그의 음악세계는 엄연히 ‘추다혜’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추다혜는 ‘하나의 장르’가 됐다.

그를 향한 대중과 평단의 관심도 남다르다. 전에 없던 새로움은 편견을 부쉈다. 지난해 5월 발매한 추다혜차지스의 첫 앨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수록곡 ‘리츄얼 댄스’는 ‘제18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 & 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전통음악이 아닌 전혀 새로운 장르로의 분류다. 창작자로서 추다혜의 행보는 95대 1 경쟁률을 뚫고 두산 ‘DAC 아티스트’ 선정되는 의미있는 결과도 얻었다. 최근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추다혜는 여전히 ‘새로운 일’을 찾아가는 길 위에 있었다.

추다혜 [두산아트센터 제공]
추다혜 [두산아트센터 제공]

▶ 소리꾼·배우·음악가…프로 ‘N잡러’=추다혜는 요즘 ‘트렌드’인 ‘N잡러’다. 소리꾼이자 배우이고, 밴드(추다혜차지스)의 리더다. 그가 지나온 과정에 많은 직업들이 함께 하게 됐다.

민요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우연한 만남’이 새로운 삶을 열었으니 이제는 ‘필연’인지도 모른다. 연기자를 꿈꾸던 고등학교 시절 특기로 삼기 위해 소리를 접한 것이 처음이었다. “재밌어 기웃거렸는데 재능이 있었는지, 선생님께서 소리의 길을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길을 가기 위해 태어난 아이라고요.(웃음)” 반짝이는 재능을 알아봐준 스승의 이끌림에 대학까지 진학했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도 차마 버리지 못했다. 민요 전공으로 서울예전 국악과를 졸업한 뒤, 중앙대학교 연희예술학부에 다시 입학했다. “부모님은 대학원도 아니고 무슨 대학을 두 번이나 가냐고 하셨죠.(웃음)”

음악과 연기를 넘나든 배움은 지금의 추다혜를 이끈 중요한 선택들이었다. “연기과에 다시 오고 나니 한 우물만 팔 걸 굳이 민요를 전공했나 후회한 적도 있어요. 너무 돌고 돌아 온 것 같아서요. 필요충분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잘 하기 위해 노래가 필요하고, 노래를 잘 하기 위해 연기가 필요하거든요.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 더 이상하죠. 무대에 섰을 때도 자연스럽게 배운 것이 체화돼 나오는 것 같아요.”

대학에서 연기를 시작한 이후 오랫동안 민요를 놓았던 추다혜에게 씽씽 활동은 변곡점과도 같았다. ‘국악계의 이단아’로 꼽히는 소리꾼 이희문, 현재 이날치 밴드를 이끄는 장영규와 만난 씽씽에서 여성 보컬로 활동한 것은 추다혜가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그 때의 민요부터 현재까지가 제 소리를 찾는 과정이에요. 소리를 배울 때는 선생님과 다르게 부르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는데, 그것을 벗어나니 내게 잘 맞는 소리를 찾고 좋은 것을 취해 만들어가게 됐어요. 지금도 저만의 소리를 하고 있는 과정에 있고요.”

추다혜 [두산아트센터 제공]
추다혜 [두산아트센터 제공]

▶ ‘씽씽’ 그 후…‘자기만의 길’ 찾아가는 여정=씽씽 활동 이후 추다혜의 길은 보다 선명해졌다. "씽씽을 통해 민요에 대한 애정이 커졌고, 양악기와의 조화로움"을 발견했다. “연기를 겸했던 경험은 무대에서 가사가 가진 진정성을 풀어내는” 역량으로 더해졌다.

“씽씽의 경험에서 제 에너지가 밴드 사운드와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마음에 담아둔 ‘자신의 창작’을 꺼냈다. 그 안에서 시도한 새로움은 무가와의 만남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음악”을 고민하던 중 나온 것이 바로 ‘무가’였다.

앨범에는 제주부터 평안도·황해도 소리가 모두 담겼다. “굿은 누가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하는 도제식이 아니라, 제가 원하는 소리로 만드는 과정이 쉽진 않았어요. 선생님들도 10번을 가르쳐주면 10번을 똑같이 하진 않거든요. 날 것 그대로를 녹음해 제 소리로 만드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특히 무가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엔 난관이 많았다. 제주 무가는 방언이 많아 외국어를 듣는 것처럼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추다혜는 “말 자체에 담긴 의미와 음에 담긴 가사가 예뻐 제주 방언을 그대로 차용했다”고 말했다.

“바꾸지 않고 그대로 가져온 것이 많다 보니, 스스로 대중성과 멀다는 생각도 했어요. ‘난 친절하지 못하구나’ 싶었어요. 가사의 의미를 알아야 따라 부를 수 있을 텐데, 떼창은 기대도 못했죠. (웃음) 제 색깔을 잃지 않기 위해 대중성을 포기한 부분이 있어요. 이 작업들이 대중성을 보면서 한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해요. 전 제 색깔과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추다혜차지스 앨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추다혜차지스 앨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 새로운 시도…“아직은 미완성·나를 찾는 과정”=추다혜가 시도한 새로움은 도리어 대중의 귀를 여는 계기였다. 스스로는 “씽씽 때도, 추다혜차지스도 사랑을 받을 거라는 기대도 안했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가볍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들이 새로운 수사를 안겼다. ‘선구자’, ‘센세이션’이라는 말이 그의 이름 앞에 따라온다.

“음악을 만들 때도 특정 장르를 정의하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로 가고 있어요. 틀에 박힌 걸 싫어하거든요. 어디 하나에 끼어맞추기 보단 스펙트럼이 넓으면 넓은 대로 만들어가요. 남의 규정 안에 맞추는 것이 더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펼쳐져 있는 상태로 둔 거예요.” 선을 긋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든 시도에 대중은 추다혜라는 새로운 세상에 기꺼이 동참했다. “씽씽 공연 때도 관객들에게 ‘왜 이걸 보러 오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웃음) 제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는 30대의 자신을 ‘발산의 시기’라고 했다. “이 길이 맞는 걸까” 고민하고, “백지 상태에서 수용하는 시간을 보냈던” 20대를 지나니, 담대하게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틀을 깬 창작 세계는 정의와 구분을 정중히 사양한다. “저의 아이덴티티라고 말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은데 굳이 그 안에 들어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틀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틀을 만들어가는 것을 더 좋아하는 성향이에요.”

추다혜의 DNA가 풀어내는 창작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보이스 퍼포밍’이나 ‘바디 퍼커션’ 등을 통한 새로운 장르 개척도 구상 중이다. 다음 달엔 ‘2021 여우락(樂) 페스티벌’(7월 9~10일, 국립극장 하늘극장) 무대를 통해 추다혜차지스의 신곡을 공개하고, 8월엔 배우(뮤지컬 ‘금악’·경기아트센터)로 무대에 선다. 12월엔 남산국악당에서의 제작공연을 이어간다. 이를 바탕으로 ‘DAC 아티스트’ 로의 새로운 작업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통에 기반한 새로움”은 추다혜가 놓지 않는 주제다.

민요, 무가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융복합을 시도한 추다혜는 “전통이라는 자양분, 애정을 가진 도구로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민요, 무가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융복합을 시도한 추다혜는 “전통이라는 자양분, 애정을 가진 도구로 예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제 안에 새로운 것을 하고자 하는 추다혜가 있다면, 안정된 것을 추구하는 또 다른 추다혜가 있어 그 둘이 상충할 때가 있어요. 하던 것을 해도 채워지지 않을 때, 시키는 것만 하다 진부해질 때 결국 창작하는 추다혜가 이기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가장 큰 고민은 점차 창작의 어려움을 마주하는 것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재미였는데 이제는 마냥 즐거울 수 만도 없다는 고민을 하게 돼요. 창작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아가고 있어요. 제가 느끼는 좋은 창작과 관객이 느끼는 좋은 창작의 갭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고요. 그럼에도 전 창작자로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전생에 콜롬버스였나봐요. (웃음)”

낯선 시도로 만들어가는 그의 크고 작은 행보들엔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다. 추다혜의 시도에서 전통음악의 확장과 가능성을 찾는 시각도 많다. 그는 “어디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음악의 확장이 될 수도 있고, 협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통음악 신에선 확장이라 볼 수도 있지만, 대중음악에선 하나의 도구로 삼은 음악작업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 아티스트로 살아갈 때 필요한 도구, 제가 애정을 가진 도구로 제 예술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 도구가 전통이라는 자양분이고요. 영역을 예술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더 넓어지겠죠.”

추다혜는 스스로를 ‘미완성’이라고 했다. 장르와 경계를 넘어 그만의 예술세계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소리와 예술을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 안에서 가장 중심에 두는 것은 ‘균형’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색깔을 찾을 수 있는 예술가가 되기를” 꿈 꾼다.

“10년이든 20년이든 저만의 예술, 저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는 예술가이기를 꿈 꿔요. 그래서 음악가이자 소리꾼으로서, 배우로서 살아가면서 자유로운 예술가이자 한 사람으로 밸런스를 잘 맞추려고 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좋은 작업도 나오니까요. 언젠가 원하는 것이 달라져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온전히 건강한 사람이고 싶다는 이상이에요.”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