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됐던 공연계가 올들어 ‘매진 연속’
‘위키드’부터 ‘시카고’ ‘드라큘라’ 흥행
감염사례 0건...‘안심 공간’ 학습 효과
코로나로 공연 연기·취소 등 불만 폭발
MZ세대 ‘뉴 펀’...‘밈’ 공연으로 20대 유입
티파니 등 아이돌 화제성 또다른 흥행요인
‘매진의 연속’이다. 팬데믹 이후 오랜 침체기를 보낸 공연계가 모처럼 호황을 맞았다. 대극장 뮤지컬의 인기가 특히 높다.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옥주현(‘위키드’ 서울 공연), 조승우(‘맨 오브 라만차’)가 문을 연 올 상반기는 ‘드라큘라’, ‘시카고’ 등으로 흥행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뮤지컬 등의 공연이 코로나19 시대의 ‘보복소비의 매개’이자 문화생활의 유일한 ‘해방구’로 자리하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뮤지컬 업계는 212억1766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달 대비 22.84%(172억7224만원), 전년 동기 대비 112.95%(99억6353만원)나 상승했다. 6월 집계는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지난 22일까지 15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 공연장은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 좌석제’로 관객을 맞고 있다. ‘한 좌석씩 띄어앉기’나 ‘동반자 붙여앉기’로 객석을 판매, 최소 50%~최대 70%까지 관객을 받을 수 있다.
기세가 남다른 흥행작은 ‘시카고’다. 지난달 기준 ‘시카고’는 전체 뮤지컬 티켓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시카고는 전체 1200석의 67.5%에 해당하는 811석을 팔고 있다.
공연계에선 “올 2월부터 동반자 간 거리두기가 시작된 이후 1000석 이상 대극장 공연의 예매자 비율이 빠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드라큘라’, ‘팬텀’을 비롯해 개막을 앞둔 ‘마리 앙투아네트’ 등의 대극장 뮤지컬들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받고 있다.
▶ 공연계에도 ‘보복소비’=공연계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었던 요인은 복합적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보복소비가 큰 이유로 자리하며 다양한 파생 요인을 낳았다.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팬데믹으로 공연을 만나지 못해 갈증을 느낀 관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1년여의 기간동안 공연 연기, 취소 등이 이어지자 공연 관람객들의 욕구는 폭발했고, 공연장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더해지자 관객이 몰렸다.
원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공연장에서의 감염 사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방역 수칙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며 공연장은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 지금의 공연계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해외여행, 사적 모임의 제약이 커지자 ‘안전한 공연장’은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해방구로의 역할도 하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다른 여가 활동을 즐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간의 소비욕을 공연 관람을 통해 풀고 있다”(신시컴퍼니 최승희 실장, 클립서비스 노민지 팀장)고 입을 모은다.
대극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객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30~40대 관객 비중이 압도적인 뮤지컬 시장에 올 들어 20대 관객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시카고’는 20대 예매자 비율이 57.6%에 달했다. ‘레드북’은 53.2%, ‘위키드’ 부산 공연은 45.4%, ‘드라큘라’는 44.1%로 20대 예매자의 비율이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MZ세대 유입한 ‘새로운 재미’=MZ(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 세대가 뮤지컬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팬데믹의 특수성에 ‘뉴 펀(NEW FUN)’의 요소들이 박자를 맞췄기 때문이다. 여가생활의 대체재이자, 탄탄한 팬덤을 지닌 아이돌 배우의 출연, SNS에서 화제가 된 영상을 통한 ‘밈(MEME) 공연’의 등장은 20대 관객을 불러 모으며 공연계의 부흥을 이끈 요소다.
현재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위키드’는 MZ세대를 위한 문화생활의 돌파구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클립서비스에 따르면 예매자의 40% 이상이 부산 이외의 지역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지역인 경남 비중도 높지만, 심지어 서울에서 찾은 관객도 상당수다. 공연 후기에는 “SRT를 타고 부산에 내려와 처음으로 뮤지컬을 관람했다”는 글로 올라온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을 겸하며 문화생활로 공연 관람까지 더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사례다. 여기에 MZ 세대를 겨냥한 ‘그린룩’ 드레스코드와 포토존이 SNS에서 화제가 되며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게 됐다.
올해로 21년째 공연 중인 ‘시카고’도 MZ 세대가 결집한 사례다. 파급력을 가진 스타(소녀시대 티파니)의 출연과 입소문을 탄 영상의 등장 때문이다. 최승희 신시컴퍼니 실장은 “티켓을 오픈하면서 매진의 조짐이 보였고, 티파니라는 배우의 화제성이 흥행의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서 951만 팔로워를 거느린 티파니가 SNS에 공개하는 ‘시카고’ 속 일상은 강력한 마케팅이었다.
이후 티파니와 호흡을 맞추는 빌리 역의 최재림이 선보이는 ‘복화술’ 영상이 전례 없는 화제가 되며 알고리즘의 흐름을 타게 됐다. 최 실장은 “지금까지 특정 영상의 화제성이 공연의 흥행을 쥐락펴락한 경우는 없었다”며 “복화술 영상이 20대 관객들의 놀이문화이자 즐기는 문화가 돼 MZ세대를 끌어온 일등공신이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36%를 차지하는 MZ 세대의 유입은 공연계에 새로운 패러다임과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원종원 교수는 “처음 공연장을 찾는 것은 어렵지만, 한 번 공연을 경험한 사람들은 다시 찾아오는 비율이 높다”며 “자신의 취향과 맞는다면 다른 세대보다 문화 소비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젊은 관객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공연계가 고민해야 할 숙제다”라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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