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지구·보문5구역 주민들

강제철거 반대 보상 요구 시위

감사원 “인허가서 일부 잘못”

피해 주민들에 소송길 열어줘

편법·투기 엄단-임차인 보호 등

시급한 해결 과제도 만만찮아

오세훈 서울시장의 ‘스피드 주택공급’ 공약을 실현시킬 한 축인 강북권 재개발이 곳곳에서 추진 속도를 떨어뜨리는 암초를 만나고 있다. 서울시가 ‘쪼개기’ 등 편법, 투기세력을 엄단할 대책을 세우는 동시에 임차인을 보호하고, 재개발 반대 주민을 설득해야하는 과제도 안았다.

서울 사대문 안 최대 정비사업인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이 감사원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게 대표적이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는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6년 10월에 지구 지정됐으나, 박원순 전 시장 때인 2011년에 전면 백지화됐다가 2014년에 전면 철거가 아닌 일부 존치 등 구역별 재개발로 추진됐다. 2019년에 ‘을지면옥’ 등 유명 노포(老鋪) 존치 논란을 겪더니 이번에는 감사원이 인·허가 과정서 일부 문제점을 인정, 피해 호소 주민들이 소송까지 갈 가능성을 열어줬다.

21일 오전 중구청 앞에서 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 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 재개발 반대 시민단체들은 감사원의 ‘세운재정비촉진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공익감사청구’ 감사 결과와 관련해 중구청의 공식 사과와 이행을 촉구했다.

감사원은 청계천생존권사수 비대위 등이 2019년 5월에 제출한 공익감사 청구에 대해 2년 만인 지난달 27일 감사보고서를 내 당시 세운3구역 재개발 사업을 담당했던 중구청 공무원 3명에게 경징계 이상의 징계처분과 1명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중구는 세운3-2구역에 대해 환경영향 평가 협의도 없이, 2017년 4월 21일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해줬다. 또 3-2구역 등 3개 구역 토지 소유주의 동의 없이 주택을 지을 수 있는 권리를 세운3-1, 3-4, 5구역으로 이전해 건축물 용도를 주상복합으로 변경하는 사업시행변경계획을 2018년 3월 15일 그대로 인가해 사업자 특혜 시비를 일으켰다. 또한 중구는 3-1구역 사업시행자가 관계법령에 위배되게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지 않은 채 현금 청산하는 것을 묵인하고, 주거복합으로 용도변경을 인가받은 뒤 재분양신청 절차를 진행하면서 종전 토지 등 소유자에게 분양신청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등 위법도 그대로 인가했다.

감사원은 또 징계대상자 3명과 주의요구자 1명이 제기한 적극행정 면책신청에 대해서도 적극행정면책자문위원회 자문을 거쳐 지난 4월 1일 감사위 의결로 면책 불인정으로 결정했다.

청계천생존권사수 비대위는 “(징계받은 공무원들이)세운3-1,2,4,5,6,7구역 재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세입자는 물론 지주들에게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오히려 청계천·을지로 일대 상권의 가치를 보존해달라고 요청한 상인들의 요구를 비웃었다. 뿐만 아니라 악덕 시행사에 의해 쫓겨나는 세입자들과 현금청산 지주들을 조롱하는 태도를 보여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끔 했다”고 주장하며, 중구청이 감사원 지적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관리 처분 이전에 집과 사업자 통장을 차압당한 세입자 상인들은 여전히 큰 고통 속에 있다. 이들은 제대로 된 대체 상가도 없이 현재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3-1,4,5구역 상인들이 서울시 공공임대상가 임대료를 기준으로 재입주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중구는 감사원 통보 이후 서울시에 해당 공무원들의 경징계를 요구해 놓은 상태다.

같은 날 오전 성북구청 앞에선 전국철거민협의회가 “지난달 중순께 보문 5구역 재개발 지역서 집회 과정 중 방해 사건이 발생했다”며, 진상규명과 지역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보문5구역은 지난 2월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고, 세입자 이주와 철거 과정에서 상가 임차인 등이 강제 철거에 반대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어왔다. 한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