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 특별인터뷰
중2 때 짝꿍된 인연
프로포즈도 PT로 진행
남편, 대학 4학년때 창업
아내, 대기업 다니다 독립
경영 고민 나누고 조언도
투자유치 성공, 기업가치 ↑
비전 성취 통한 ‘나눔’으로
사회 선순환 구조 만들고파
[헤럴드경제=성연진·박자연 기자] 어린 날 친구가 연인이 되고, 각자 창업해 최고 경영자(CEO)가 돼 결혼한 부부가 있다. 기업 정보 공유 플랫폼 ‘잡플래닛’ 황희승 대표와 금융상품 소개 플랫폼 ‘핀다’ 이혜민 대표가 그들이다. 정글과도 같다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이들 부부는 유명 인사다. 부부가 한 회사를 함께 창업한 경우는 종종 있어도, 각자 창업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인 5월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21일 지정한 ‘부부의 날’을 맞아, 이들 창업가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올 1월 결혼 7년 만에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모가 되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황 대표는 “아이가 태어났으니 가정에서 내리는 결정들에 더 신중하고 합리적이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책임이 무거워진 것은 가정에서만이 아니다. 핀다는 연초 시리즈B 115억원을 유치했다. 잡플래닛은 차기 유니콘(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 기업으로도 지목된다.
2013년 창업 당시 창업가 3명에서 출발한 잡플래닛은 자회사를 포함해 직원이 160명으로 늘었고, 핀다는 지난해까지 20여명이던 직원이 올해 두배로 늘어 50명이 됐다.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은 2021년이 두 사람에겐 벌써부터 가장 의미있고 중요한 해로 자리잡았다.
플랫폼 CEO인 두 사람을 이어준 것은 다름아닌, 플랫폼 ‘싸이월드’였다. 같은 반 이었다가 중3 때 부모님의 일 때문에 미국으로 떠난 황 대표는 대학 4학년 때 창업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와, 싸이월드 일촌이던 이 대표에게 연락했다. 친구는 곧 연인이 됐고 창업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이 대표도 대기업(STX지주회사)을 나와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혜민 대표는 “대기업에 안어울리거나 다니기 힘들었다기보다, 더 진취적으로 제 비전과 에너지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주사에서 신 사업 투자 결정이나 검토를 하는 부서에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그는 “유리천장 없이 (창업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도전을 이어가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황 대표는 ‘가장 존경하는 리더는 아내’라고 꼽았다. 그는 “흔들리지 않고 확신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아내를 창업자로 존경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전과 성취’는 이들 부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황 대표는 프로포즈를 마치 투자를 유치하듯, 결혼생활의 마일스톤(Milestone: 이정표, 프로젝트 계획 등을 뜻함)을 그려내며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 프레젠테이션은 양가 부모님 앞에서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출산 직후 핀다의 ‘비전 2.0’을 세웠다. 사무실도 확장 이전했다. 그는 “창업가이자 경영진으로써, 개인의 목적의식과 회사의 목적의식이 잘 맞닿아있다”며 “규모가 커가고 있는 지금 이해관계자들의 가치효용적 측면도 함께 성장시켜 5년 후에는 ‘회사에 걸맞는 대표’란 평가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부부는 도전의 연속인 창업가의 세계에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황 대표는 “우리는 서로에게 어린애가 되듯 천진난만하게 군다. 우리 관계를 참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다”며 “눈치보지 않고 거리낌없이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회사 경영에 대한 조언도 함께 한다. 황 대표는 “조직관리나 문화 같은 것은 정말 믿는 사람에게만 고민을 털어넣을 수 있지 않나. 아내와 거의 매일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각자 회사를 운영하는 게 맞다고도 전했다. 창업가로서 휴일이나 꿈을 꿀 때도 회사 생각을 하다보니, 각자만큼은 힐링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설명이다.
부부는 이제 협업도 고민하고 있다. 취업(잡플래닛) 후 직장인 신용대출(핀다)을 받는 일반적인 경제활동 흐름에 착안했다. 이 대표는 “핀다는 대출시장 비효율성을 정보비대칭 해결하면서 개선하는 것을 비전으로 두고 있다”며 “개인이 필요한 때 쓸 수 있도록 현금 흐름을 디자인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창업가 부부의 5년 후는 어떨까. 황 대표는 “성공한 창업가가 자본이든, 지식이든 나눔에 나설 때 감동을 받는다. 5년 후 쯤에는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나눔이 사회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선례라 생각한다. 동참하고 싶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