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맛(최유안 지음, 민음사)=2018년 난민 문제를 다룬 데뷔작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 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개인의 모습을 보여준 최유안 작가의 첫 소설집. 여덟 편의 단편들 역시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와 상황에서 개인의 내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인물들은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 예민하게 느끼고 자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한다. 단편 ‘폰게마인샤프트’는 서로 다른 국적의 학생들이 모인 독일 기숙사에서의 미묘한 갈등을 다룬다.혜령은 독일인 하우스메이트인 스테파니가 자신과 중국 출신의 몽에게만 유독 까칠한 이유가 아시안이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갖는다. ‘거짓말’에서 세영은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웃에게, 남편에게 그리고 자신에게조차 거짓말을 하고, ‘보통맛’의 현주는 배려심 있는 선배가 되고 싶지만 상대방의 의중을 잘 헤아리는데 종종 실패한다. ‘집 짓는 사람’은 가족과 함께 살 집을 짓는 남자의 이야기. 완벽한 집을 지으려는 남자의 시도는 실패하는데, 집을 완성하는 건 단순히 콘크리트 집을 짓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완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대체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오해하고 갈등하며 고민하는데, 작가는 그런 시도와 실패를 직시한다.
▶불안한 사람들(프레드릭 베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다산책방)=사람사는 일상의 표정과 심리, 허위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데 탁월한 작가 베크만이 코로나 거리두기 시대 사람들을 위로하는 소설로 돌아왔다. 베크만은 코로나 19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늘 불안에 빠져 있음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며, 그 불안이야말로 바로 사랑의 또 다른 모습임을 보여준다. 배경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도시. 새해를 이틀 앞둔 날 은행에 강도가 침입, 88만원을 요구한다. 하는 짓이 영 어색한 이 강도는 은행원이 이 곳은 현금없는 은행이라고 하자 당황한다. 경찰이 오는 소리를 듣고 옆 아파트 매매 오픈하우스로 달아난 강도는 엉겹결에 여덟 명을 인질로 삼는다. 은퇴 후 아파트를 사서 리모델링한 뒤 가격을 높여 파는 일을 주 업무로 하는 부부, 출산을 앞두고 끊임없이 의견 충돌하는 신혼부부,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은행고위 간부 등 인질들은 인질 상황에서도 저마다 바보스런 면을 드러낸다. 알고 있는 척, 겁나지 않는 척, 만족하는 척한 모습을 취하는데, 근저엔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 베크만은 사람들의 바보스러움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실수가 바로 사랑하는 이를 위한 일에서 비롯되며, 그래서 난장판이 돼더라도 아름답다고 강조한다. 베크만식 유머와 감동의 공감소설이다.
▶언맨드(채기성 지음,나무옆의자)=제1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배경은 휴머노이드 청소로봇이 일상에 보급되고, 대학 강의도 로봇이 차지한 로봇 대중화가 도래한 근미래다. 자신의 노동에서 소외된 인간, 로봇 너머 인간을 꿈구는 로봇의 진화 등 존재론적 고민을 담아냈다. 대학 강사로 일하던 영기는 버티다 끝내 강의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배달일을 하고 있다. 로봇은 예상과 달리 가장 먼저 지식산업을 점유해 나갔다. 영기는 인간의 노동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드는 로봇 비즈니스에 환멸을 느끼지만 배달 인력마저 로봇으로 대체되면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자 불안감에 휩싸인다.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하정은 어시스턴트 로봇 엘비를 인생의 동반자처럼 여기고 인간보다 더 신뢰한다. 그러나 출장간 사이, 고양이 람시가 굶어죽는 일이 벌어지면서 엘비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데, 얼마 후 엘비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화가인 김승수는 아티스트 계열 로봇 그리드를 활용, 새로운 활력과 수익을 얻지만 로봇 대작 여부가 문제로 불거지며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그는 해고 당한 조수가 제보한 데 분노하면서 그리드에 더 강한 애착을 느낀다. 그런데 그의 오른쪽 팔처럼 존재해오던 그리드가 어느 순간 전혀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반면 광범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과 감정에 반응하면서 진화한 로봇들은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인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로봇들은 마침내 메모리 트랜스퍼를 이용, 인간의 기억을 이식받기에 이른다. 소설은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시대에 인간의 가치와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질문한다.
이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