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신기하다. 브로콜리의 어느 부분을 잘라도 전체와 꼭닮은 모양이 나온다. 자기의 모습안에 또 다른 자신을 끝없이 담아낸 프랙탈(fractal,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 되는 것) 현상을 가지고 있다.

신기한 것은 또 있다. 각종 질병 예방에 좋은 식품으로 언제나 불려다닌다. 채소 중에 브로콜리만큼 건강식에 최고로 소개되는 식품이 또 있을까. 영양소 강자인 시금치도 브로콜리의 항암 효과 앞에서는 살짝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다.

브로콜리는 가장 우수한 항암효과로 유명하다. 여기에 면역력 향상은 기본, 각종 질환 예방과 노화억제에 이로운 작용을 한다는 연구들이 수두룩하다. 이쯤되면 어딘가에서는 소위 약장수들이 말하는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언급될 지도 모른다. 

물론 브로콜리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영양소가 풍부한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브로콜리의 유명세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단연 설포라판(sulforaphane)영양소이다. 국내외 연구에서 설포라판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로 언급되는 것은 암이 대표적이며, 이 외에도 당뇨와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 치매, 자폐증, 피부보호 등으로 다양하다.

“무슨 만병통치약이야?” 브로콜리, 너란 아이는…[식탐]

미국 국립암연구소 선정 “가장 강력한 항암효과”

브로콜리는 암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함암예방 식품 1위로 꼽은 바 있다. 명실상부 최고의 항암예방 식품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비결은 발암 억제 성분인 설포라판때문이었다.

설포라판은 브로콜리만 가진 성분은 아니다. 브로콜리의 소속인 십자화과 채소(양배추, 콜리플라워등)에 많이 들어있으나 그 중에서도 브로콜리는 단연 으뜸이다. 특히 새싹 브로콜리의 설포라판 함유량은 다른 십자화과 채소보다 최소 10배 더 많다. 브로콜리를 ‘천연 항암제’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오타고 의과대학 연구팀은 ‘미국 암 연구협회 저널’을 통해 브로콜리와 같은 십자화과 채소들이 “웬만한 항암제보다 더 강력한 항암 효과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유경 한국임상영양학회 암특별위원회장도 대한소화기암학회에서 “감자·고구마와 같은 뿌리채소보다 십자화과 채소의 항암 효과가 더 높다”고 설명한 바 있다.

“치매 일으키는 성분 제거”

설포라판은 치매 예방 식품에서도 언급된다.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뉴트리션 & 푸드 리서치’(2018)에 실린 서울대 식품바이오융합연구소 김지영 교수와 동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 이기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쥐 실험결과, 설포라판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 제거와 기억력 손상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브로콜리와 같은 십자화과채소를 식사나 간식으로 자주 먹으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진은 브로콜리의 설포라판이 뇌 속 비정상적인 화학물질의 균형을 맞춰 정신적 안정을 가져온다는 연구를 국제학술지 ‘JAMA 정신의학’(2019)에 발표했다.

염증과 잘 싸우는 능력

“무슨 만병통치약이야?” 브로콜리, 너란 아이는…[식탐]

염증과 ‘잘 싸우는’ 설포라판의 능력은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국제학술지 ‘면역학저널’(2009)에 실린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과 이주영 교수 연구에 따르면 전신에 염증반응을 일으킨 실험용 쥐에 설포라판을 먹이자 염증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설포라판이 염증을 일으키는 ‘톨-라 리셉터’ 활성을 억제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알레르기&임상면역학저널’(2008)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브로콜리 속 성분이 염증 반응을 막아 노화에 따라 감소되는 면역력 회복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끓이지 말고, 5분간 쪄서 고추냉이·겨자와 드세요

“무슨 만병통치약이야?” 브로콜리, 너란 아이는…[식탐]

브로콜리의 항암 능력이 유명해지자 이를 극대화하는 조리법까지 대학교 연구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한국인은 보통 데친 브로콜리를 초고추장에 찍어먹지만 브로콜리 속 베타카로틴(항산화성분)은 초고추장에 든 식초(산성 성분)와 만나면 쉽게 파괴된다.

또한 브로콜리는 물에 끓이는 것보다 5분간 쪄서 먹는 것이 항암 작용을 높이는 방법이다. 국제학술지 ‘영국 영양학 저널’(2011)에 실린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캠퍼스 연구에 따르면 설포라판 성분은 미로시나아제 효소에 의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이 효소의 파괴를 최소화하려면 5분 정도 쪄서 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반면 브로콜리를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끓는 물에 가열하면 이 효소의 대부분이 사라진다. 연구팀의 엘리자베스 제프리 교수는 “브로콜리를 단 시간에 쪄 먹는 것 말고도 고추냉이(와사비)나 겨자와 함께 먹으면 항암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난다”고 했다. 고추냉이나 겨자의 시니그린 성분이 미로시나아제 효소를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영국 레딩대학교의 연구(2013)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 다만 브로콜리를 한 꺼번에 다량 먹으면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불량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수 있다. 제프리 교수는 “적절량을 꾸준히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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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만병통치약이야?” 브로콜리, 너란 아이는…[식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