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 소비, 기후위기 극복에 도움된다는 전문가 의견· 연구 이어져
탄소발자국이 적고, 광합성 통한 이산화탄소 흡수력도 뛰어나
소가 먹는 사료에 활용하면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메탄가스 방출도 감소
-해조류 구입시 ‘지속가능성’을 위한 MSCㆍASC 인증 확인도 필요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지구를 위해 해조류를 요리하는 한국’. 프랑스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lemonde)가 지난 2019년 기사 제목으로 실었던 문장이다. 해조류의 흐물거리는 식감을 부담스러워하는 서양과 달리, 김이나 미역 등을 많이 먹는 한국이 대표로 언급된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지구를 위해’ 라는 표현은 왜 앞에 붙인 걸까.
매체는 “광합성 작용을 통한 이산화탄소 흡수로 지구온난화와 싸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해조류 소비가 기후위기 극복에 도움되는 이유는 이외에도 다양하다. 바다에서 쉽게 자라기 때문에 농약에 지친 토지의 오염을 보다 줄일 수 있으며, 각종 경로를 통해 온실가스 감량에 기여할 수 있다.
채소보다 적은 탄소 발자국, 이산화탄소 흡수력도 뛰어나
우선 해조류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이 가능한 식품이다. ‘바다 채소’로 불릴만큼 채소 못지 않게 식이섬유와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지만 채소보다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제품 생산 및 서비스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파래와 자반 등 동해안의 해조류가 이산화탄소 흡수에 효과적이라는 국립 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의 연구결과도 있다. 국내 연안 바다숲에 서식하는 해조류 16종을 분석한 결과, 구멍갈파래 1톤(t)이 시간당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은 9.49㎏ CO₂-eq(온실가스 배출량 단위)로, 이는 단풍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율에 비해 3배 이상되는 수치다.
생산력도 높다. 해조류는 농산물처럼 까다로운 환경 조건이 필요하지 않고, 훨씬 더 단순한 생산과정을 거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해조류 양식은 세계 식량 생산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분으로, 전 세계 해조류 생산량은 지난 2018년 1060만 톤(t)에서 지난해 3240만 톤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
이영란 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 해양보전팀장은 “해조류는 각종 미네랄과 아미노산이 풍부할 뿐 아니라, 육지에서 농작물을 기르는데 필요한 농약, 경작지, 담수도 필요없이 6주 정도면 식용이 가능할 정도로 쉽고 빠르게 자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성장에 이산화탄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흡수하여 기후위기 대응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악명높은 소의 트림과 방귀, 해조류가 잡는다
축산업과 기후위기와의 기나긴 싸움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호주 멜버른 대학교의 팀 플래너리(Tim Flannery) 연구팀은 소의 사료에 분홍빛 바다고리풀(학명 Asparagopsis taxiformis) 추출물을 섞어 먹이면 소의 헛배 부름을 98%까지 막아 트림과 방귀로 인한 메탄가스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20년 단위 지구온난화지수(GWP) 기준으로 볼 때,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산화탄소보다 84배 이상 높다. 가축에게서 나오는 메탄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18%(FAO)를 차지한다.
이에 호주연방과학원(CSIRO)은 지난해 8월, 해조류 첨가 사료를 개발하고 출시하기 위한 ‘퓨처 피드’(Future Feed) 회사를 설립해 주목을 받았다. 퓨처피드는 바다고리풀을 섞은 사료를 통해 소의 메탄 방출을 90%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다면서 해조류의 특정 성분이 소 위장에서 메탄을 생성하는 미생물 활동을 억제한다고 밝혔다.
떠오르는 친환경 소재
해조류는 폐기물도 적다. 흔한 미역이나 꼬시래기, 우뭇가시리 등으로 만든 신소재는 자연에 버려져도 완전히 썩을 수 있어 친환경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롤리웨어(LOLIWARE)는 해조류로 만든 먹는 용기를 개발해 관심을 끌었으며, 세계포장기구(WPO)가 개최하는 ‘2021 월드스타 글로벌 패키징 어워드’에서는 국내 스타트업 마린이노베이션이 개발한 해조류 부산물의 계란판이 수상하기도 했다. 이 업체는 미역귀, 우뭇가사리로 만드는 친환경 종이컵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해조류를 이용한 일회용 접시나 도시락 용기 등에 개발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양 보호 위해서는 지속가능성 인증도 뒤따라야
수요도 높아지는 추세다. 아시아에 비해 해조류를 선호하지 않던 유럽이나 미국인들도 트렌디한 메뉴로 이를 먹기 시작했다. 영국의 유력 매체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는 ‘2021년 식품 트렌드’ 1위로 해조류를 선정했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공개한 보고서 또한 “유럽 북미 지역에서 해조류가 수산식품의 소비 트렌드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향후 소비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해조류 소비를 늘려나간다면 지속가능성 인증도 중요한 부분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MSC(해양관리협의회)와 ASC(수산양식관리협의회)는 세계자연기금(WWF)과 IDH(네덜란드 지속 가능한 무역)가 공동 설립한 국제 인증이다. 이영란 WWF 해양보전팀장은 “수산물을 고를 때 MSC 또는 ASC 인증제품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해양보전에 기여할수 있다”며 “이는 생산과정에서 해양환경 훼손과 관련자들의 갈등의 최소화했다는 인증으로, 미래의 풍요롭고 지속가능한 바다를 위한 필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