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압력밥솥 등 가전제품은 고도의 과학적 이론에 기반한 결정체

- 야간에도 차선이 잘 보이게 하고 졸음운전 막는 도로

“졸음운전 막는 도로”…일상생활 속 ‘과학’의 해부!
인간은 옷을 입거나 밥을 먹고 방문을 여는 등 지극히 일상적인 행동을 할 때조차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수 많은 문명의 이기를 탄생시켰다. 각종 가전제품, 자동차, 컴퓨터, 비행기, 휴대폰 등 일일이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이 같은 문명의 이기 뿐만 아니라 볼펜, 셔츠, 젓가락, 방문 등 우리가 영위하는 일상적인 삶 속에도 숨어있다.

일례로 볼펜은 중력의 원리를 적용해 펜 끝에서 잉크가 나오도록 설계돼 있으며, 스테이플러는 시소 손톱깎이 가위 병따개와 마찬가지로 아르키메데스가 발견한 지레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젓가락의 역우 아래쪽으로 갈수록 가늘게 돼 있는데 이는 무게중심을 뒤쪽으로 해 작은 힘으로도 젓가락질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젓가락 끝부분에 줄무늬 모양의 홈을 파 놓은 것은 음식물과의 마찰력을 높여 손쉽게 음식을 집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제품의 개발자를 과학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더라도 과학기술의 원리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없었다면 결코 개발되지 못했을 것이다.

일상생활속에는 어떤 과학기술의 원리들이 숨겨져 있고 어떤 이로움을 누리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가전제품속에 녹아있는 과학기술 원리=생활 속에서 만나게 되는 과학기술은 대부분 가전제품이다. 가전제품은 종류 불문하고 고도의 과학적 이론에 기반하고 있는 결정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전자레인지는 극초단파의 물 분자 진동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물 분자와 동일한 진동수를 가진 극초단파를 음식물에 조사(照査)하면 음식에 함유된 물 분자가 공명을 일으켜 진동하면서 열이 발생하는 것. 전자레인지가 오븐처럼 직접 열에너지를 가하지 않고도 음식을 데울 수 있는 이유다.

“졸음운전 막는 도로”…일상생활 속 ‘과학’의 해부!
전자레인지 음식 조리 모습.[123RF]

대표적 백색가전 냉장고는 액체를 기체로 기화시킬 때 주변의 열을 흡수하는 열반응에 의해 냉각효과를 얻는다. 특히 기화된 냉매를 다시 액화시켜 재활용하는데, 이때에는 열이 방출되는 발열반응이 나타난다. 냉장고의 뒷면에서 뿜어지는 뜨거운 열기의 근원이 바로 그렇다.

흡열반응을 이용한 또 다른 가전제품으로는 에어컨이 있으며, 선풍기 역시 냉매를 사용하지 않지만 바람을 통해 피부의 땀을 증발시켜 시원함을 준다는 점에서 기본 원리는 같다.

압력밥솥의 경우 고압환경에서는 온도의 상승이 빠르고 물의 끓는점이 높아진다는 과학적 원리에 근거하고 있다. 일반 밥솥과 달리 증기의 배출을 막아 내부압력을 높임으로서 신속한 온도상승을 유도하는 한편 고온에서 쌀을 익히게 하는 것. 압력밥솥이 일반 냄비나 전기밥솥에 비해 속도가 월등히 빠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외에도 진공청소기는 팬을 분당 1만회 이상 고속 회전시켜 호스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듦으로서 압력 차이에 의해 외부 공기가 빨려들어 오도록 고안됐다.

또한 쌀통은 지구의 중력, 세탁기는 세탁물들의 마찰력을 기본 원리로 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주방용품에도 과학기술 원리가 숨어 있다. 프라이팬의 바닥에 있는 원형 주름은 바닥면의 표면적을 넓혀 열전도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또한 냄비 프라이팬 주전자 등의 바닥이 원형으로 제작된 이유는 원형이 고른 열전달이 가능하고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야간에도 차선이 잘 보이는 이유=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도로 위 차선에서도 과학기술 원리를 찾을 수 있다. 차선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주야를 가리지 않고 우수한 가시성을 제공하는데 있다. 차선은 어떻게 칠흑같은 야간에도 잘 보이는 것일까. 야광 및 형광페인트를 활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야간 환경에서 차선의 가시성을 제공해 주는 비밀은 글라스 비드라고 불리는 미세한 투명 유리구슬에 있다. 차선을 도색하는 광경을 살펴보면 먼저 도료를 칠한 뒤 그 위에 백색의 가루를 뿌린다. 이 가루가 바로 글라스 비드다. 이렇게 도료 위에 뿌려진 글라스 비드가 자동차 전조등의 빛을 운전자에게 반사함으로서 야간이나 악천후 속에서도 차선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

차선 중에는 졸음 운전을 방지하기 위한 경고음을 송출하는 것도 있다. 돌출식 차선이 그 주인공. 주로 도로의 중앙선이나 고속도로의 차선 및 갓길 경계선 등에 적용돼있는데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할 때 들리는 소음이 이 때문이다.

이 돌출식 차선은 차선을 도색할 때 원형 또는 사각형의 돌출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되며 타이어가 차선을 밟게 되면 소음을 발생,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또 최근에는 스마트폰만 보며 좀비처럼 걷는 이른바 스마트폰 보행자(스몸비족)이나 시선이 아래를 향해있는 노인이나 전방 주시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의 교통사고를 줄이는 기술도 적용되고 있다.

“졸음운전 막는 도로”…일상생활 속 ‘과학’의 해부!
일산 백병원 앞 설치된 노면 LED 경보등.[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기존 횡단보도에 설치된 LED 바닥등이 야간에만 항상 켜져있는 것과 달리 사람과 사물에 대한 판별력이 뛰어난 ‘열화상카메라’가 횡단보도에 접근하는 보행자를 인식하는 순간, 횡단보도 양측면 노면에 매설된 고휘도 ‘LED 바닥경광등’이 작동된다.

이렇듯 과학기술은 첨단제품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주변의 사소한 물건 하나하나에도 숨쉬고 있다. 단지 이들이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이기 때문에 그 속에 담긴 과학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