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판사들도 10여명 사직

2월 법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법관들이 대규모로 사표를 내면서 배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 고위직 법관을 포함한 70여명의 판사들이 최근 대법원에 사직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통상적으로 50~60여명의 판사들이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직하던 것보다 많은 숫자다. 민 원장 뿐만 아니라 고법 부장판사 등 각급 원장급 판사들만 20명에 이르렀고, 지방법원으로 순환근무를 하지 않고 고등법원에서만 근무하는 소위 ‘10조판사’(법관인사규정 제10조에 근거를 둔 고법판사) 10여명도 사의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결단을 내리고서도 아직 사직 의사를 밝히지 않은 판사들도 있을 것”이라며 “현재 숫자보다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직 판사 숫자는 이례적으로 많은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고 했다.

법관들의 잇따른 사퇴에는 전관예우 특혜를 막기 위해 사건 수임제한 기간을 최대 3년으로 늘리는 변호사법 개정을 앞두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파악된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통상 사직을 할 때는 개인의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침체된 변호사 시장에 이어 변호사법 개정까지 앞두고 있는 것이 특히 고위직 법관들 사이에서 사퇴결단을 내리게 되는 원인 같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법무부가 입법예고 한 변호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직윤리법상 재산공개 대상자에 해당하는 1급 공무원·고등법원 부장판사·검사장 이상 공무원·공수처장 및 차장 등의 경우 퇴직 전 3년간 근무한 기관 사건을 3년간 수임할 수 없게 된다. 현행 변호사법에서는 공직 퇴임 변호사가 퇴직 1년 전부터 퇴직할 때까지 근무한 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사직자 가운데 26기에서 33기까지, 경력 20여년차 법관들이 많이들 사직하는 것 같다”며 “이 가운데 법원행정처 출신 등 많은 엘리트 법관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판결에 불복하고 사법개혁 운운하며 법관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바깥 사정도 한 몫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