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기자가 법원 출입할 때 일이다. 지금은 익숙해진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의 월 2회 의무휴업 등 영업시간 제한 조례를 두고 소송전이 막 시작되면서 법원 안팎이 시끌시끌했다. 본격적인 소송에 앞선 가처분 소송부터 사회의 이목이 집중됐고, 필자 역시 기자이기 전에 평범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관심 있게 지켜본 이슈 중 하나였다. 당시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은 상생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며 지자체의 손을 들어줬고, 이후 관련 본안 소송들도 잇따랐다. 오랜 기간 이어진 유통업체와 지자체 간 법적 다툼은 2015년 11월 대법원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은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도 그와 같을까. 2012년 첫 소송 당시 영업시간 제한은 부당하다며 대형마트와 SSM의 이익단체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낸 소장의 구구절절한 내용이 기억난다. 그중에서도 주부인 내 눈길을 끈 것은 마트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의 일부분으로 접근해야한다는 것이었다.
2021년 새해부터 복합쇼핑몰 규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보니 지난 2012년의 상황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여당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들이 통과되면 이제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처럼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아야 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대표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이 운영하는, 즉 스타필드나 롯데몰 같은 복합쇼핑몰도 대형마트나 SSM처럼 정기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는 뜻이다.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본래 목적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있는데도 복합쇼핑몰 규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을 보니 ‘선거철이 시작된 건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유통업계는 물론 다수의 소비자도 황당하다는 반응이지만 거여(巨與)국회에서 밀어붙이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2012년처럼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대형 유통기업들의 복합쇼핑몰 진출 확대로 지역상권 붕괴가 가속화되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전제가 올바른 것인지 검증도 미흡한 채로 말이다. 온라인 배송 중심으로 소비생활이 변화하면서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가 빛이 바랜 마당에 복합쇼핑몰 규제가 어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복합쇼핑몰이 문을 닫으면 고객들은 전통상권으로 이동하게 될까. 많은 이에게 이미 복합쇼핑몰은 ‘사러’ 가는 곳이 아니라 ‘놀러’ 가는 곳인데 말이다.
대기업과 골목상권으로 편 가르기하고 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단순한 바람은 구호에만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골목상권의 경쟁력 강화는 별개의 문제인데도 편 가르기만 난무한다. 또한 마트 규제가 대기업으로 뭉뚱그려지는 와중에 얼마나 많은 납품 및 입점업체가 피해를 봤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이순간 복합쇼핑몰 안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한숨 어린 걱정은 대체 누가 들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