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주52시간 근로 단축
64%가 근로자 부족 생산 차질
외국 인력 입국 늘려달라 간청
코로나19 변수 무시한 신용평가
중대재해처벌법 등 규제도 ‘좌절’
“코로나19에 오히려 근로자들이 못들어와 근무가 안되는 판인데, 주 52시간을 어떻게 준비합니까.”
코로나19라는 전무후무한 사태를 고려하지 않고 입법과 시행을 강행하는 ‘규제 강(?) 드라이브’에 대해 중소기업 6만2000여곳이 후유증을 극복할 시간을 달라는 마지막 호소에 나섰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이하 중단협)는 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재고 ▷코로나 피해 중소기업에 별도의 신용평가기준 마련 ▷주 52시간 보완입법 마무리 등 3개항의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발표했다. 중단협은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 16개 협·단체의 모임으로, 6만2000여개의 회원사와 663만명의 종사자를 두고 있다. 올해 중소기업계가 규제 현안에 대해 정치권에 개별적으로 입장을 전달한 적은 있지만, 언론을 상대로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이날 호소문을 통해 “뿌리산업과 조선업, 건설업에 대해서만이라도 주52시간 계도기간을 연장해달라”고 밝혔다. 그는 “뿌리업종은 올해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제한되면서 추가인력을 구할 수가 없고, 조선·건설은 야외작업이 필수적이여서 기후변화에 따른 작업 지연과 집중근로가 빈번하다”며 “최소 코로나19 종료 때까지라도 계도기간을 한시적으로 연장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외국인력을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요청도 내놨다. 뿌리산업은 국내에서 근로자를 구하기 힘들어 외국 인력에 의존하는 상황. 올해는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며 생산에 차질을 빚는 중기가 64%에 이를 정도가 됐다. 중단협은 “캄보디아 등 코로나 확산세가 적은 곳에는 자가격리만 거치면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많다”며 “외국인 근로자 전용 자가격리 시설을 확충하는 등 인력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중단협은 근로시간 관련 입법보완을 올해 남은 기간 안에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새벽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6개월로, 선택근로제 단위기간은 3개월로 확대됐다. 그러나 제조업 등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는 중기 환경을 감안해 처벌 대신 현장컨설팅 등을 통해 시정·지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게 중기 측의 호소다.
중단협은 코로나19의 후유증 극복을 위해 중소기업에 별도의 신용등급 마련도 건의했다. 올해 대다수 중기가 코로나19로 매출 감소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매출 기준으로 신용평가를 하면 등급 하락을 면치 못한다는 게 중소기업계 우려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대출금리 인상, 한도 축소, 만기연장 불가 등 금융거래에서의 불이익 뿐 아니라 공공기관 입찰 참여도 제한된다. 중소기업계는 내년 신용평가시 최근 3년내 최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심사하거나 비정량적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등 별도 기준 마련을 제안했다.
이날 호소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기업 환경과 아랑곳않고 추진되는 규제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다. 중단협은 “올해 초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시 사업주 처벌이 강화되었지만 상반기 사고 사망자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명, 사고 재해자수는 1486명(3.5%)이 늘었다”며 기업 대표에 대한 처벌 강화만으로 산업재해를 줄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업장에서 실현 불가능한 사항을 법에 규정한 것이 많다”거나 “안전교육 대상자에게 안내했더니 소속 상위 노조에서 교육 안 받겠다고 통보가 오기도 했다”는 현장의 ‘반론’도 나왔다.
중단협은 “현재 1222개나 되는 산업안전보건관련 의무를 영세 중기가 실천할 수 있도록 중복규제를 정리해 업종별 기업이 준수해야 할 의무사항을 명확히 지도하고 전달하는게 필요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자제하고, 업종별 특성과 현장을 고려한 세부 안전지침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