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3법 등 일사천리 통과

노조법 개정안은 구조조정 명분

일방적 배당 확대 등 봇물 예고

기업이 투기자본 먹잇감 될수도

정부와 여당이 끝내 투기 자본의 국내 기업 공격을 위한 빗장을 열어젖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일제히 처리했다. 이들 법안들은 9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된다. 재계는 ‘기업규제 3법’의 통과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기업가 정신이 자취를 감추고, 일방적인 배당 확대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투기 자본의 시대가 열리게될 것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또 퇴직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안은 해외 투기펀드에 구조조정의 명분을 제공하는 악법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동시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징벌적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확대, 주52시간 계도기간 종료, 중대재해처벌법 도입까지 내년에 더해지며 2021년 새해는 기업 경영 환경이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관련기사 3·4·5면

9일 재계에 따르면 강력한 반대 의견 개진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끝내 감사위원 분리 선출안이 통과되자 각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에 미칠 파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돌입했다. 국내 10대 그룹사 가운데 9개 그룹사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주주총회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감사 위원 분리 선출 적용 대상에 해당된다. 기업들은 내년 감사위원을 겸할 이사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주주 표대결 등 초유의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이에 내년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외국 투기자본의 이사회 진출 시도가 본격화하며 고용과 투자의 급격한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펀드들이 3%씩 지분을 쪼갠 뒤, 새로 도입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를 활용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기업경영을 간섭하며 ‘투기자본주의’의 시대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들은 결국 이를 위한 경영권 방어에 한정된 자원을 소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법 개정이 되면 대주주들이 사실상 감사위원이 될 이사의 선출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외국계 헤지펀드, 소액주주를 결집한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 다양한 세력들로부터 회사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9일 새벽에 통과시킨 노조법 개정안은 이사회 진출이 본격화할 해외 투기 자본에 구조조정의 명분을 안기는 법안이 될 것으로 지목됐다. 기업들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노조가 근로조건 향상 등 본래 의제를 벗어나 해고자 복직, 정치적 이슈 등으로 전선을 확대할 것을 확실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사관계가 파국을 맞게 되면, 이익 극대화를 노리는 해외 헤지펀드들에 인적 구조조정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헤지펀드들은 통상 인력 감축, 생산기지의 이전, 연구개발비 축소 등을 통해 배당 확대의 수순을 밟는다.

실제 2014년 엘리엇이 개입한 미국 주니퍼네트웍스는 엘리엇의 요구에 따라 인력을 6% 줄였고, 엘리엇이 2013년 지분을 사들인 넷앱도 15%를 감원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2004년 SK가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에 대응하면서 설비 투자가 전년 대비 56%나 감소하기도 했다.

동시에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중소·중견기업들 또한 52시간제의 계도기간 종료와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으로 비용이 급상승하는 등 경영 환경이 큰 타격을 받으며 기업 생태계 전반이 붕괴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경총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 기준 한국의 노사협력 순위는 전체 141개국 중 130위에 그칠 그칠 정도로 대립적 노사관계가 고착되어 있다”며 “해외투자자들 또한 경영 환경 가운데 노사관계를 가장 주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기업들은 투기 펀드와 노조라는 두 변수로 최악의 경영 불확실성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