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구체적 감액 내용 공개 안 해

나라살림硏, 정부 미공개 자료 확보 분석

국채이자상환·국민연금 예측금액 등

의미없는 항목 숫자 삭감이 대부분 차지

재정부담 최소화 위해 ‘심의 내실화’ 시급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3차 재난지원금과 코로나백신 접종 예산 등 7조5000억원을 증액하면서 재정부담 최소화를 위해 5조3000억원을 감액했지만, ‘무늬만 감액’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예산에 반영한 국채이자나 국민연금 지급 예산 등 지출 예측금액을 변경한 것에 불과한 것도 많았다. 실질적 재정부담 완화 효과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국회가 6년만에 예산안이 법정기한 안에 확정됐다고 추켜세웠지만, 그 이면엔 이러한 ‘꼼수 감액’이 있었던 셈이다. 재정지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코로나 사태에다 저출산·고령화·저성장 등으로 세입 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재정부담을 최소화할 내실있는 심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2015년 이후 처음 법정기한 내 국회를 통과했다며, 코로나 피해 맞춤형 지원, 백신물량 확보, 탄소중립 선제투자 등을 증액하되 가능한 삭감 규모 늘려 국가채무 증가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예년 평균 감액 규모가 4조원 안팎이었지만 내년 예산은 5조3000억원을 줄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 감액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공공재정을 연구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민간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가 구체적인 감액 내역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축소해 실질적으로 재정부담을 줄인 사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조원 이상이 지출 예측금액 변경 등 의미 없는 감액으로 나타났다.

세부 내역을 보면 가장 큰 규모의 감액 예산은 국고채이자상환 예산으로 9000억원을 줄였다. 이어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사업(-8000억원), 지방채인수 융자사업(-5000억원), 국민연금급여 지급사업(-3391) 등으로, 이들 4개 사업의 감액 규모가 2조5391억원으로 전체 감액의 절반 가까이 됐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인 재정지출 축소로 연결되는 예산이 아니다. 국고채이자상환 예산을 9000억원 줄였다고 이자 지출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단순한 지출 예측액 변경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지급 예산을 줄인 것도, 국민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예측치 변경에 불과하다.

주택자금·지방채인수 등의 융자사업도 다른 소비성 지출예산과 달리 추후 융자금을 회수하는 사업으로, 이 예산을 줄였다고 그만큼의 국가 재정여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시장금리와 정책금리의 차이만큼 제한적인 규모의 재정여력을 감소시키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출연 예산도 국회에서 1000억원 삭감됐으나, 출연금·출자금 등의 자본적 지출은 비용적 지출을 수반하는 재정사업과 달리 재정여력을 증대시키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국회에서 500억원 이상 감액된 30개 세부사업(감액 규모 4조7000억원)을 분석한 결과, 재정 여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실질적 삭감 예산은 엔진결함 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 사업을 중단키로 한 검독수리 사업 1000억원에 불과할 뿐 대부분 의미가 없는 삭감이었다고 지적했다.

급속도로 악화하는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려면 세수 증대는 물론 재정지출의 효율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당장 세수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의 내실있는 재정관리·심의가 시급한 셈이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