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임기 막판 중국에 공세를 퍼붓고 있다. 홍콩의 자치권 침해를 이유로 제재를 강화한데 이어 8일(현지시간)엔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문제 삼으며 압박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북한의 석탄 밀수출에 관련한 중국 무역회사와 선박을 상대로 제재를 단행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AFC)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석탄 수송과 관련해 6개의 업체와 4척의 선박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무부는 중국의 대북제재 회피 조력을 문제 삼았다.
재무부는 중국에 주소를 둔 업체가 계속해서 대북제재로 금지된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중국 당국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이행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석탄 조달을 포함해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금지하고 있는 무역 활동에 관여하는 개인과 회사, 선박 등을 상대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북한은 계속해서 석탄 수출에 대한 유엔의 금지를 피해가고 있다"면서 "(석탄 수출은)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주된 수입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정권은 석탄을 포함한 광산업에 흔히 수용소의 강제노동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불법 핵프로그램 증진에 자국 국민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제재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대북 메시지의 성격이 있지만 동시에 중국을 직접 표적 삼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부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 내 자산 동결과 미국인과의 거래 금지 등의 조치를 당하게 되는데 실질적 타격 자체는 크지 않다.
그러나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합의를 지속해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발신, 중국의 위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미국이 겨냥하는 지점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들어 중국의 대북제재 불이행을 연달아 공략해왔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전날 중국에 대북제재 이행을 공개적으로 촉구했고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도 지난 1일 500만 달러의 포상금을 내건 대북제재 회피 사이트를 개설했다며 중국을 직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는 전날 중국과 북한 사이에 이뤄지는 석탄 밀수출의 노골적 사례가 국무부 고위당국자들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보도됐다. 미 정부는 WSJ에 위성사진까지 제공, 여론전 수위를 높였다.
미국의 국익 침해나 홍콩의 자치권 위협과 관련한 대중 강공책 역시 심상찮은 수준에서 이어지고 있다.
전날엔 중국의 최고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몽땅 미국 제재 명단에 올렸다.
한국으로 치면 국회부의장 격이다. 중국 지도부 내 서열 3위인 리잔수 상무위원장이 포함되지 않아 미국이 수위를 조절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국회부의장 수준의 고위 인사를 무더기로 제재했다는 점에서 중국에 작지 않은 타격이다.
중국 공산당원과 직계가족의 미국 방문비자 유효기간 상한을 10년에서 한 달로 대폭 단축해버린 지난 3일 조치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중국의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 등 4개 업체를 미 국방부의 블랙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공세는 미·중 무역합의를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중국을 최대한 밀어붙여 지지층의 반중정서를 공고히 하고 바이든 당선인의 향후 대중 전략 입지를 축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역시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할 태세지만 역점 과제로 꼽는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 있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리는 대외전략의 청사진에 트럼프 행정부의 막판 대중공세가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