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산그룹·한진그룹 등 대기업이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겪고 있다. 진행 상황에 따라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기업도 있고, 매물을 소화 못 해 아직 넉넉한 현금을 채우지 못한 기업도 있다.
‘구조조정’이라고 부르기엔 못 미치지만 LG그룹과 CJ그룹 등 재계 곳곳에서도 사업 재편 성격의 매물들을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가지를 자르고 주력 사업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전략이다.
대기업 매물들에는 다른 대기업 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자원을 동원해 그동안 공격적으로 키워왔던 우량 사업인 데다 대기업 조직문화와 프로세스를 이미 갖추고 있어 사업을 파악하거나 새로운 전략을 심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즉 특정 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더라도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최근 대형 딜이 잇따라 성사됐고, 특히 앞선 매각건 대다수가 PEF 운용사가 인수자가 된 사례들이었다. 이는 대중에 기업 매물들이 자본시장에서 활발히 소화되고 있고, 구조조정 딜이 활성화됐다는 인식을 남겼다.
하지만 구조조정 딜을 오래 주목해온 전문가들은 최근의 구조조정 ‘착시효과’에 주목한다. “1997년 IMF위기 때나 2008년 리먼사태 이후 구조조정 매물이 급증했던 것과 비교해 지금은 너무나 조용하다”는 진단이다. 대기업과 금융사 등의 매물이 주를 이뤘던 지난 구조조정 시장과 비교해 올해 더 심각한 영향을 받는 영역은 중소기업들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가치 100억원 미만, 청산가치는 이보다 더 적은 규모의 영세기업들은 PEF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의 관심이 미치지 않는다. 이들을 심폐소생시켜줄 플레이어가 나서지 않는 인수·합병(M&A)의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결국 이런 기업들은 여느 때처럼 은행 등 금융 대출에 의존해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 최근까지는 정부가 이런 기업들에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거듭하면서 연명시키고 있다. 우산 속에서 비를 피하고 있지만 조치가 끝나는 내년 상반기에는 단숨에 한계기업 수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PEF 등이 지분투자가 아닌 브릿지론 형식의 대출 투자를 가능케 한 PDF(사모대출펀드)가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수혜를 받는 기업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 경제 허리가 무너지는 징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회생을 신청한 기업보다 파산을 신청한 기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8월까지 파산을 신청한 법인은 711건으로, 같은 기간 회생을 신청한 법인 582건을 앞질렀다. 이런 ‘데드 크로스’는 법인 회생제도가 정착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다.
구조조정에도 그늘이 더 짙고 추운 곳이 있다. 최근 구조조정 시장을 드리운 착시효과를 걷어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