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 론칭 3돌…국내시장 다양화 선도

홈술트렌드 선제 대응…위기를 기회로 바꿔

수입맥주 뛰어넘는 토종맥주 위해 창업 결심

음식과의 조화도 고려 제주 모티프·원료 담아

위드 코로나 시대…디지털 전략도 지속 고민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회사의 비전에 대해 “수입맥주와 경쟁할 수 있는 국산맥주를 만드는 것을 넘어, 한국에 없던 맥주 미식문화를 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맥주 제공]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회사의 비전에 대해 “수입맥주와 경쟁할 수 있는 국산맥주를 만드는 것을 넘어, 한국에 없던 맥주 미식문화를 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맥주 제공]

“수입맥주가 어째서 한국인의 ‘인생맥주’가 됐을까?”

최근 3주년을 맞은 국내 수제맥주기업 ‘제주맥주’는 문혁기(41) 대표의 이같은 의문점에서 출발했다. 문 대표는 10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그는 신선식품인 맥주가 70~80도까지 올라가는 컨테이너에 실려 몇달이 걸려 한국에 오는데, 그 맥주가 극찬 받으며 시장을 잠식해가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정작 한국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수십년째 ‘맛없다’, ‘소맥용 맥주’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문 대표는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술이 아니라 음식처럼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국산맥주”를 꿈꾸며 맥주사업에 뛰어들었다.

▶커리어 넘어 인생 바꾼 수제맥주의 맛=문 대표는 지난 2017년 8월 제주맥주를 론칭했다. 제주맥주 창업 전에는 외식사업체를 운영했었다. 2011년 비빔밥 프랜차이즈 준비 차 미국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수제맥주의 매력에 눈 뜨게 됐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맛의 맥주가 있다는 것이 그에겐 신세계와 같았다. “맥주를 매개로 문화와 예술이 꽃피며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 같은 경험은 그의 인생 항로를 바꿔놨다. ‘해외에서 비빔밥을 팔게 아니라 한국에서 맥주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이후 미국 양조장 100여곳을 돌고 홈 브루잉도 해보며 몸으로 부딪혀 맥주의 본질을 익히고자 했다. 그렇게 2012년까지 미국 시장을 철저하게 조사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창업은 실전이다. 문 대표는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업체와 손 잡는 것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출국을 보유한 크래프트맥주 제조사인 ‘브루클린 브루어리’에 파트너십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미국 브루어리(맥주 양조장) 중 지역과 가장 활발하게 소통하고 글로벌한 협업 경험을 가진 점이 문 대표를 매료했다. 브루클린 브루어리 역시 문 대표의 비전과 제주라는 지역의 매력 등에 공감하며 파트너십 제안을 수락했다.

▶ “수입맥주의 유일한 대안은 로컬”= 문 대표는 수입맥주의 유일한 대안은 ‘로컬(지역)’이라고 생각했다. 글로벌 맥주시장을 보면 특정 지역을 담아낸 브랜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컸다. 구체적 지역명이 주는 신선함은 물론, 스토리텔링이 녹아있다는 점 등에서 그랬다.

제주맥주와 파트너십을 맺은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마약’, ‘갱단’부터 떠오르게 했던 브루클린을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도시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고 문 대표는 강조했다. 더 나아가 이곳 맥주는 브루클린이라는 도시 자체를 상징할 뿐 아니라, 맥주를 매개로 전 세계에 브루클린을 알리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문 대표 역시 제주맥주가 지역을 넘어 맥주를 매개로 다양한 문화활동을 펼쳐 나간다면 생동감과 여유 넘치는 제주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그는 “제품 개발에 있어 제주를 담고자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하거나 제주의 요소를 모티프 삼는 식이다. 첫 제품 ‘제주 위트 에일’에는 제주 유기농 감귤 껍질이 들어간다. 제주맥주의 브랜드 컬러인 하늘빛은 양조장과 가까운 금능 해변에서 떠올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 흑돼지, 고등어회 등 제주 대표 음식과의 페어링까지 고려해 맥주 레시피를 만든다. 문 대표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여러 버전의 맥주를 직접 싸들고 근고기(돼지고기)구이 식당들을 다니며 사장님들 의견을 듣기도 했다. 그는 “제주 식당 사장님들의 조언 덕분에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며 “그렇게 만나뵀던 분들이 처음 브랜드를 론칭했을 때 애정을 가지고 많은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뭉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주의 관심과 애정을 업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문 대표는 지역과 상생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제주 위트 에일에 들어가는 유기농 감귤 껍질은 제주 농가에서 구매해 사용한다. 맥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은 제주 축산농가에 사료로 제공한다. 제주맥주 직원의 50% 이상이 제주도민으로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양조장은 매년 5만명 이상이 방문해 지역 관광산업에 일조하고 있다. 이곳 양조장은 때로는 제주 예술가의 작품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 “가정시장 선제적 대응…코로나위기 극복케 해”=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는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주세법 개정 효과로 가정채널에서 약진을 예상하긴 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예상치를 뛰어넘어 폭증한 것이다. 지난해 여름, 양조장 설비를 네배 증설한 덕분에 다행히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문 대표는 말했다.

무엇보다도 시장 상황을 분석해 선제적으로 가정채널을 적극 공략한 것이 매출 상승에 큰 몫을 했다. 올초 주요 편의점은 물론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입점에 성공한 것이다. 문 대표는 “국산맥주 가운데 대기업 맥주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제주맥주 만이 주요 대형마트, 편의점에 전국적으로 입점됐다”고 강조했다.

홈술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인 점도 주효했다. 길어진 ‘집콕’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도록 맥주와 함께 쿨러백, 텀블러 등 상품을 마트에서 선보였다. 또 혼자 집에서 맥주를 마셔도 제주의 여유를 즐기는 듯한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제주 영상과 직접 선정한 플레이리스트 등을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격적 판매처 확대와 마케팅 등에 힘입어 제주맥주는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는 맥주 비수기임에도 매출이 작년 성수기(6~8월) 대비 두배 넘게 늘었다. 올 상반기 매출(148억원)은 작년 연매출을 추월했다. 창업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정말 되겠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성과로 증명해보인 것이다.

“이제 포스트(post) 코로나가 아닌 위드(with) 코로나를 이야기할 때인 것 같아요. 올초부터 기존의 대면 프로모션이 불가능할 것으로 진단하고, 디지털상에서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아무래도 주류는 다른 산업에 비해 디지털 마케팅에 제약이 많다보니, 앞으로도 차별화된 행보를 만들어가는 게 저희의 숙제라고 생각해요.”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가 최근 진행한 ‘제주 한달살기’ 프로젝트다. 제주살이 콘텐츠를 만들어 온라인에서 선보이고, 응모를 통해 당첨자에겐 실제로 제주 한달살기 기회를 제공했다. 2주간 웹사이트 방문자는 60만명, 프로모션 응모자는 10만명에 이르는 등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랜선 시음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주류 브랜드로서 온·오프라인 연계(O2O) 마케팅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었다”며 “앞으로도 디지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을 연결하며 제주맥주 브랜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언택트 마케팅에 주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