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천재 소녀 가수 박지민에서 제이미로…

“새로운 시작,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

‘K팝스타’(SBS) 시즌1의 우승자로 열다섯에 데뷔한 박지민이 제이미라는 이름으로 새 싱글 ‘넘버스’를 발표했다. 제이미는 새로운 이름과 새 음악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도 담았다”고 했다. [워너뮤직브라더스 제공]
‘K팝스타’(SBS) 시즌1의 우승자로 열다섯에 데뷔한 박지민이 제이미라는 이름으로 새 싱글 ‘넘버스’를 발표했다. 제이미는 새로운 이름과 새 음악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도 담았다”고 했다. [워너뮤직브라더스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소녀의 등장’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2012년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SBS) 시즌1의 우승자. 팝스타 아델의 ‘롤링 인 더 딥’을 부르는 소녀와 사랑에 빠지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미국 CNN이 천재 소녀 박지민을 주목했고, 알앤비 가수 에릭 베넷·할리우드 스타 애쉬튼 커쳐가 그의 노래에 찬사를 보냈다. 8년간 노래를 불렀다.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새 둥지(워너뮤직코리아)를 찾았고, 박지민이 아닌 제이미(23)로 대중 앞에 섰다. 새 이름, 새 노래와 함께 하는 그는 제이미라는 제목의 ‘새 책’을 쓰고 있다.

“이름을 바꿨을 뿐인데, 저의 행동에 있어서도 조금은 달라졌다는 게 많이 느껴져요. 새 이름엔 저의 새로운 시작,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도 담겨있어요.” 최근 서면으로 만난 제이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조금 더 책임감이 생기고, 조금 더 솔직하고 자유분방해요. 지민으로 활동했을 때는 좀 답답한 부분이 있었는데, 제이미일 때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것 같아요.”

제이미 [워너뮤직브라더스 제공]
제이미 [워너뮤직브라더스 제공]

나이답지 않은 풍부한 가창력으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K팝스타’ 우승 이후 JYP에서 백예린과 듀오 피프틴앤드(15&)를 결성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사랑은 미친 짓’ 이후로는 솔로 활동을 이어갔다. 모두가 기대했던 소녀 가수였으나 지난 8년, 제이미 혹은 박지민을 대표할 만한 음악은 대중에게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박진영 PD님께서 ‘오디션이 끝났을 때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그만큼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만한 음악과 다른 것들을 찾다 보니 욕심이 조금 앞섰던 것 같다’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어요. 사실 그 말씀조차 제겐 과분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 시기에는 부담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인지 제 색깔과는 다른 노래들을 시도하기도 했던 것 같고요.”

자신의 음악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속상한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지난 기억으로 남았다고 한다. ‘19에서20’(2016) 앨범 작업 때는 음악에 대한 고민이 깊었을 때다. “그 때가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음악을 찾아갈 수 있던 시기였어요. 앞으로의 곡을 만들 수 있게끔 했던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대표곡이 없어 아쉽다는 생각을 하진 않아요. 앞으로 저의 대표곡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가고자 하는 길이 선명해질수록 음악에 대한 욕심도 커지고 있다. 이전엔 스스로 “듣기 좋은 음악,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하는 음악”을 했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행복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제이미 [워너뮤직브라더스 제공]
제이미 [워너뮤직브라더스 제공]

사랑 이야기가 주로 담겼던 박지민 시절의 음악과는 달리 제이미의 첫 번째 이야기는 일상에서 찾았다. 그는 “내 성격대로 얘기하는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새 싱글 ‘넘버스(Numbers)’는 그간 제이미를 따라다닌 ‘숫자’와 관련한 그 흔한 수사들을 거부한다. 열다섯, 어린 나이의 소녀가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가졌는지 찬사를 보내기 위한 수단들, 차트로 평가받는 음악들, 연봉으로 매겨지는 가치. 숫자로 규정하는 모든 기준에 당차게 한 마디 던진다. “숫자 얘긴 지긋지긋”하다고, “날 세어보려 하지만 보이지 않는게 더 많다”고.

“숫자에 얽매이는 삶이 너무 싫고 어느새 내 가치를 숫자로 매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너는 그것보다 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어요.”

스스로 그린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선 제이미는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그의 길을 가고 싶다고 했다.

“틀에 갇히지 않고 많은 것에 도전하고, 음악엔 솔직함을 담아보려고요.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을 최대한 솔직하고 부끄럼 없이 떳떳하게 표현하는 음악을 할게요. ‘오픈북’처럼 결말이 정해져 있지 않은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