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0’ 울며 겨자먹기로 반전세로

-중저가 주택 값 오르며, “지금이라도 사자” 여전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1단지 59㎡(이하 전용면적)은 이달 4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60만원 반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달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이 아파트 1~4개 단지 임대차 계약 6건 가운데 절반은 월세 낀 반전세다.

잇따라 부동산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정부의 말이 무색하게 임대차 시장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59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상승에 따른 월세 낀 계약도 늘고 있다.

‘전세품귀’는 특히 신혼부부나 3040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역세권 대단지 새 아파트일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루라도 늦기 전에 매수하자”는 ‘패닉바잉(공황구매)’도 여전하다. 특히 강남 초고가 아파트 뿐 아니라 중저가 아파트값도 점차 몸값을 높이고 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헤럴드경제DB]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 [헤럴드경제DB]

전세가 없다…월세 내는 신혼부부, 주거비용 늘어나

서초구 잠원동 A공인중개업소는 “아예 전세가 1건도 없는 아파트도 있다”면서 “인근에 신반포4지구 재건축 이주가 예정돼 매물이 없는 이유도 있지만, 저금리에 임대차 3법까지 시행되면서 이왕이면 월세로 받자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감지된다. 1만가구에 가까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도 전세 물건은 한자릿수다. 신천동 파크리오는 이 달 11건의 임대차 계약이 신고됐는데 7건이 반전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를 살면 돈을 모으고 월세로 살면 주거비용이 늘어나는 건 자명한데, 점차 주거비용이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세 계약 기간이 길게는 4년으로 늘고, 계약갱신 시 보증금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새 임대차법 시행에 따라, 전셋값 상승과 월세 낀 임대차 계약 증가는 현실화되고 있다.

전셋값 상승은 세입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한다. 서대문구 DMC 파크뷰 자이 2단지 59㎡는 이달 전세보증금 5억50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썼다. 지난해 12월 같은 전셋값은 같은 단지 84㎡ 보증금 가격이었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관악구 봉천동의 관악드림타운 85㎡ 전셋값도 지난달 31일 보증금 4억3천만원에서 이달 5일 5억1000만원으로 8000만원이 올랐다. 일주일 사이 20% 가깝게 오른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지난달 4억9922만원으로 5억원 턱밑까지 상승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추세라면 이달 최초로 5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이상섭 기자.
서울 주요 지역에서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이상섭 기자.

전셋값 오르니 멈추지 않는 ‘사자’…중저가 아파트 사라진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반전세 증가로 월 주거비용이 늘자,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는 ‘패닉바잉’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동작구 84㎡ 아파트 매수 계약서를 쓴 30대 A씨는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혀 매수에 나서게 됐다”면서 “소득과 무관하게 친구들 가운데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자산격차가 벌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매수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임대차 수요가 매수 시장으로 편입되면서 고가는 물론, 중저가 아파트값은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서울 역세권 새 아파트는 하나 둘, 10억원을 넘보고 있다. 지난해 입주한 은평구 녹번동 힐스테이트녹번 59㎡는 지난해 7월 매맷값이 8억1000만원이었는데, 지난달 30일 9억5000만원에 팔렸다. 1년 새 1억4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삼성) 84㎡는 지난달 24일 8억8000만원 신고가를 썼다. 6월까지만 해도 8억원 아래 거래되던 것이 일반적으로, 한달 새 몸값이 1억원이나 올랐다.

노원구 상계주공 3단지 고층은 59㎡가 7억원까지 값이 높아졌다. 불과 지난해 초만 해도 매맷값이 5억원 아래였다.

실제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는 점차 감소세다. KB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1월 2분위(하위 40%)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5억8984만원으로 6억원 아래였으나, 지난달에는 이 값이 6억7210만원으로 13.9%나 오르며 7억원에 가깝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