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죽음의 바이러스’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이 준 전시(戰時) 태세에 가까운 경계에 돌입했다. 미국 본토에 이같이 긴장감이 고조된 것은 지난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처음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국방장관이 예비군을 동원, 서아프리카 에볼라 지역에 보낼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에볼라 사망자 1명과 감염자 2명이 나온 텍사스주(州) 댈러스시(市)는 ‘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했다가, 실체보다 부풀려진 공포감 ‘피어볼라(Fearbolaㆍ에볼라 공포)’ 확산 우려에 이를 자제했다.
대신 에볼라 감염자와 접촉한 이들에게 자발적 관착을 요구하며, 에볼라 잠복기간인 21일 동안 집 밖에 나오지 말 것을 주문했다.
▶자발적 ‘준전시’ 상태 돌입=워싱턴포스트(WP), NBC 등 외신에 따르면 주민들의 자발적인 경계감은 보건 당국의 요구하는 수준 이상이다.
미국 내 두번째 에볼라 감염 환자 간호사 앰버 빈슨(29)이 이용한 프론티어 항공기가 그 뒤 5차례 비행을 더 한 것으로 알려지며, 132명의 탑승객을 중심으로 높은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프론티어항공은 조종사 2명과 승무원 4명에게 21일간의 유급휴가를 주고 집에 머물러 있도록 했다.
프론티어항공은 “이는 CDC가 요청하거나 강제한 사항이 아니었다. CDC 권고 이상의 특별한 조치다”며 “승객과 직원들의 안전을 우려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이 항공사는 문제가 된 항공기의 운행을 중지시키고, 기내 좌석 커버와 카펫을 제거했으며, 환경필터를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승무원 6만명이 가입된 승무원노조가 CDC에 먼저 승무원들을 관찰할 것을 주문했다.
오하이오주(州) 클리블랜드 인근 솔론 2개교는 16일(현지시간) 휴교에 들어갔다. 두 학교는 이 날 학교건물에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벌인다. 교원 1명이 빈슨과 동승한 것은 아니지만 그 항공기의 다른 비행편을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텍사스 오스틴 북쪽에서 한시간 가량 떨어진 벨튼에서 3개교도 이 날 똑같은 휴교한다. 빈슨과 동승한 학생 2명은 21일간 집 안에만 있기로 했다. 학교 측은 “이 학생들이 감염됐을 위험은 매우 낮지만, 일부 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말했다.
댈러스 인근 이글마운틴-새기노 학교에서도 빈슨 동승 학생이 3주간 학교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또 빈슨을 만난 오하이오 친척도 자발적 격리를 택했다.
서아프리카와 미국간에 여행이 전면 금지될 가능성 조차 배제할 수 없다. 로이터통신은 이 날 미국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서아프리카 발병국 국민에 대한 미국 입국 금지 요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혼돈의 美…대피령 소동, 혼선 잇따라=실체없는 공포에 미국 각 지역사회는 허둥대고 있다. 16일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대학에선 감기에 걸린 학생을 에볼라 감염 환자로 오인해 한 때 대피 소동이 빚어졌다. 한 학생이 자신의 여동생이 감기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한 말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퍼지면서 ‘에볼라 감염 환자가 학교에 나타났다’고 부풀려졌다.
이에 학교가 학생들을 건물에서 대피시키고, 건물에 출입저지선을 치고, 신고를 받은 출라 비스타 시당국이 응급처리반을 학교로 급파하는 등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 학생의 여동생은 에볼라 환자와 접촉한 적도, 빈슨의 비행기를 탄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백신 없인 끝나지 않는다”=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3국에서 창궐하고, 미국과 스페인 등 15개국을 위협 중인 에볼라 사태는 언제쯤 진화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현재의 격리, 치료, 추적, 감시만으로는 전염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1976년 콩고에서 첫 에볼라 발견팀 중 한명인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피터 피오트 교수는 “완전히 통제 불능 상황”이라면서 “전염을 중단시키려면 백신을 기다려야할 같다”고 영국 가디언에 전했다.
톰 프리든 CDC 국장은 “에볼라 통제의 지름길은 없다. 미국을 보호하려면 원천단계에서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에볼라 백신 임상시험이 각각 영국, 미국, 캐나다에서 진행 중이다. 결과는 11월 말에서 12월초에 나올 예정이다. 효과가 검증되면, 에볼라 사투의 최전선에 놓인 의료종사자들에게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 이전에 백신이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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