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사우디 재무장관은 공식 인터뷰에서 정부 재정지출 삭감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2015년 저유가 이후에도 연평균 400억달러 수준의 적자재정을 편성했기에 이번 정부지출 삭감은 매우 이례적이다. 3월 사우디 중앙은행(SAMA) 외환보유고는 4640억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2011년 이후 최저치이다.

2019년 12월 60달러까지 회복했던 국제유가는 5월 초 기준 20~25달러에 머물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수준이다. 4월 12일 OPEC+(사우디 주도 OEPC과 10개 주요 산유국)가 5~6월 동안 하루 97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지만, 수요대비 공급 과잉으로 유가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1분기 사우디 정부수입의 67%(343억 2,000만 달러)를 석유분야가 차지할 만큼 사우디 경제는 여전히 국제유가에 민감한 구조이다.

사우디 정부는 모하메드 빈 살만(MBS) 왕세자가 발표한 ‘사우디 비전(Saudi Vision) 2030’ 정책하에 정부 주도 제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아람코(ARAMCO), 사우디 전력청(SEC) 등 주요 공공 발주처들은 현지화 프로그램을 적극 시행 중이다. 현지법인을 보유하지 않으면 프로젝트 입찰 참가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아람코의 경우 2021년까지 현지 생산 프로젝트 기자재 조달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며, 해당 비율은 조선, 석유화학, 발전 등 발주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적용된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 2월 투자청(SAGIA)을 투자부(MISA)로 승격시켰다. 석유산업 중심의 발전으로 인해 제조업 기반이 튼튼하지 않음을 자각하고, 부족한 기술과 인력은 외국기업 유치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우디는 진입장벽이 높은 국가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18년 이후 미디어, 방산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외국기업 지분 100% 보유가 가능해졌고 법인 운영의 자율성이 확대됐다.

또한 금융시스템이 안정화 돼있고, 과실 송금에 대한 제재가 거의 없어 이익금의 본국 송금이 자유로운 편이다. 3400만 인구로 GCC 최대 단일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구의 50%가 30대 이하이기 때문에 젊은 노동력도 풍부하다. 정치적 안정성도 높고, 영어가 통용되기 때문에 비즈니스도 수월하다.

물론 사우디인 의무고용(Saudization), 외국인 고용세(Expat Levy) 등의 부담요소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현지생산을 위한 외국기업 진출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시장 선점 효과가 크다는 매력이 있다. 또한 사우디 진출 성공은 GCC 및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한국은 미국, 중국, 인도, 일본과 함께 ‘사우디 비전 2030’의 5대 중점 협력국가이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양국의 동반자적 관계는 2020년에도 진행형이다.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에서 한국기업의 성공적인 사우디 진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