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케이블방송업체는 올 1분기 4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잃었다. 한 분기 만에 2018년 전체 이탈자를 넘었다.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며, 유선 위주로 서비스되는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더 저렴하면서도 각자 취향대로 시청 가능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선을 자른다’는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 맘대로 콘텐츠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선을 자르듯, 우리에게 익숙했던 과거와의 단절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다. 선을 자르듯 단칼은 아니더라도 코로나19는 이미 우리 사회와 기업 경영에 급속한 변화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사회 속 코드커팅 현상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코로나19는 비대면 사회로의 급속한 전환을 이끌었다. 재택근무와 학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전염병 초창기만 해도 물리적인 교류 없이 일상이 유지될까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 어떤가? 온라인 세상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하고 공부하며 새로운 즐거움도 찾았다. 촘촘히 짜인 디지털 관계망과 IT 기술이 외부 요인에 의한 충격을 감내하는 버팀목이자 안전망으로 작동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시간, 사상 초유의 전염병이 잦아들면 사람들은 과연 잘라냈던 코드 선을 다시 이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 CNBC 보도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미국 직장인 중 60%가 업무 생산성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상승했다고 한다. 국내 온라인 쇼핑 비중은 사상 최초로 60%를 넘어섰고, 많은 리서치 기관이 앞다퉈 온라인상에서의 지출이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럽 내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이탈리아인은 바이러스가 종식된 이후에도 비대면 소비를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식자재를 제외한 물품을 구매할 때에는 온라인 쇼핑을 활용하겠다는 비율도 월등히 높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면서, 이제 모든 기업은 어느 정도 온라인 기업, 디지털 기업이 돼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은 이러한 변화의 지속성을 간파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한 예로, 휴점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 매출 손실로 인해 국내 한 유통사는 IT 기술을 활용한 무인화와 빠른 배송에 대거 투자하고, 기존 점포는 물건을 보관해두는 창고 개념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단순 반복 업무를 줄여주는 시스템을 전사적으로 도입하고, 코로나19 이후에도 온라인 교육과 면접 등 디지털 혁신에 대한 방안을 늘릴 것으로 발표한 식품 회사도 있다.

페이스북 역시 이런 트렌드에 맞춰 영상회의 기능인 ‘룸(Rooms)’을 출시했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소상공인의 온라인 홍보를 지원하는 서비스들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시장의 변화는 영속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이다. 자못 생소하게 느껴지던 변화는 이미 새로운 시작점이 되었고, 우리 사회와 경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의 ‘코드’를 잘라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때다.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