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기억하는 범위 내 문재인 정부의 ‘사람 먼저’ 철학이 빛났던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17년 11월 15일 저녁 8시. 대한민국 정부는 바로 다음날 실시될 예정이었던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1주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당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에 포항지역 학생들이 무너질 위험이 있는 교사(敎舍)에서 수능을 치르게 할 수는 없다고 국가가 판단한 것이다. 발표에는 ‘대통령 지시’라는 설명도 붙었다. 이는 관련 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책임은 모두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 책임 부담을 벗자 관료제는 신속히 작동했다. 당해연도 수능은 그래서 일주일 후 안전하게 치러졌다.
지난 주말인 22일과 23일. 전국에서는 올해 첫 공무원 시험인 법원 9급 공무원 공채시험과 공인회계사 시험이 치러졌다. 특정종교 단체에서 발생한 대단위 ‘코로나 19’ 감염병 확진자 탓에 연기 관측도 있었지만 강행됐다. 두 시험에 응시한 준비생들의 수는 각각 7000여명과 1만여명에 이른다.
공교롭게도 대한민국 정부는 회계사 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도중 ‘신종 코로나 19’ 감염병의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올렸다. 더 강한 정책들도 쏟아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초중고의 개학을 1주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고, 학원들에는 휴원을, 학부모들에게는 자식들의 PC방 이용을 자제케 해달라 했다. 지진 때문에 수능은 연기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공무원 시험과 회계사 시험을 연기하지는 않은 것이다. ‘일자리 정부’여서 그랬을 수도 있다.
회계사 시험 시행과 연기 사이 논란이 일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회계사 시험 바로 직전일인 22일 별도 자료를 배포해 회계사 시험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체온 감시 카메라를 고사장에 설치하는 등 방역을 철저히 해 문제 발생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설명도 보탰다.
하지만 법원 공무원 시험에서 미열 탓에 격리된 채 시험을 치던 수험생 1명이 보건소로 이송됐다. 해당 수험생이 ‘코로나19’ 확진자였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의 경우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전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말하자면 발열이 없는 무증상자가 1만7000여명의 응시자에 섞여 있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 대응을 연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 느끼는 정부의 코로나 대응은 반보씩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결과로 과정을 비판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대응에 임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다소 미흡하다. ‘사람이 먼저’라며 국가가 나서서 ‘수능 연기’라는 초유의 결단을 내렸던 현 정부라 더 그렇다. 지난 주말 치러진 공무원 시험이 ‘코로나19’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부디 2주 후에도 지난 주말 치른 두 건의 국가 고시가 코로나 확산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기를 제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