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후 달러선호현상

對北제재에도 물가·환율 안정 이유 분석

“이르면 금년중 외화감소 영향 받을 것”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쳐] 사진 연합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쳐] 사진 연합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2017년 이후 국제제재 확산에도 북한의 물가와 환율이 안정적인 이유는 현재까진 거래용(통화대체용) 외화량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향후 대북제재 지속으로 거래용 외화량 감소시 북한이 외환위기를 맞을 것이란 관측이다.

28일 문성민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달러가 자국 통화를 대체하는 현상)이 확산된 북한경제에서 보유외화 감소가 물가·환율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7년 외화수지가 큰 폭의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된 것은 이 기간에 가치저장용(자산대체용) 외화의 증감만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지난 2009년 말 몰수적 화폐개혁 직후 달러 사용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물가·환율이 급등했으나 달러 사용이 확대·안정된 후엔 달러라이제이션이 물가·환율을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간의 외화선호도가 높은 경우 중앙은행이 시뇨리지(Seigniorage·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해 얻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통화증발을 자제하면서 물가 안정 현상이 발생될 수 있다.

2009년 11월말 진행된 북한의 화폐개혁은 주민들이 보유한 구(舊)화폐 100북한원을 신(新)화폐 1북한원으로 교환한 조치였다.

이를 통해 주민 현금은 100분의 1 로 축소됐지만 북한 당국이 정하는 임금, 환율, 쌀 가격 등은 거의 변화가 없어 몰수적 화폐개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후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북한원화를 기피하고 외화를 선호하게 된 것이 달러라이제이션 가속화의 기폭제가 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가계의 자산대체지수(ASI)는 2009년 0.39에서 화폐개혁 이후인 2012년에는 0.93까지 상승했다. ASI가 0.93이란 뜻은 북한 주민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중 외화자산이 93%를 차지하고 있단 뜻이다.

북한 시장의 물가·환율은 2013년 이후 최근까지 안정적인 모습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 달러라이제이션이 주된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2017년부터 대북제제가 본격화됨에 다라 북한의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보유외화가 감소하였음에도 물가·환율은 안정적인 모습이 지속됐다.

이에 한은이 통화량 변화가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화폐수량설에 기반해 분석한 결과 보유외화량 감소에도 가치저장용 외화량의 증감만 있고, 거래용 외화량 변화가 없을 경우 물가·환율은 안정된 모습을 유지한단 결과가 확인됐다.

문 연구위원은 “최근까지 북한 물가와 환율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북한경제 전체적으로 외화가 감소하고 있으나 그 정도가 아직까지 실물거래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었다”며 “그동안 가치저장용으로 축적한 외화를 거래용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시장에서의 물가와 환율이 현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제재가 지속될 경우 가치저장용 외환가 소진되고 거래용 외환도 감소하기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럴 경우 초기엔 환율상승 압력을 받겠지만 통화량 감소 효과가 나타나면서 물가는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다 거래용 외화량 감소폭이 커지면서 환율이 큰 폭 상승하면 자국통화 표시 통화량 증가로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연구위원은 “향후 북한의 보유외화가 축소되는 상황이 더 지속될 경우 물가 및 환율의 안정성은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며 “북한 당국이 자국통화 증발을 통해 대응할 경우 환율 및 물가 상승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외환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외환위기시 국가유지 및 체제상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일반국가의 외환위기와 구조환경이 상이하기 때문에 정권 몰락 등 파생 효과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대상”이라고 답했다.

한은은 2014년 기준 북한의 외환보유량을 가치저장용 20억1000만~32억8000만달러, 거래용 10억~23억5000만달러 등 총 30억1000만~66억3000만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기관 추정치는 총 45억에서 130억달러까지 차이가 있는데, 최소치로 시뮬레이션할 경우 이르면 금년부터 물가·환율에 영향이 반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