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 지켜온 기술에 청년 아이디어 더해

세운메이드 제품으로 입주상가 활성화 기여

기술중개소·세운공장 등 도시재생기업 탄생

기술 장인들과 신진 작가들이 협업해 제작한 제품들을 한자리에 선보인 청계상회. 최원혁기자/choigo@heraldcorp.com
기술 장인들과 신진 작가들이 협업해 제작한 제품들을 한자리에 선보인 청계상회. 최원혁기자/choigo@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서울 종로 위치한 세운상가는 한때 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리기도 했지만 그 명성은 이제 옛말이 됐다. 하지만 다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찾아간 세운상가의 첫 인상은 썰렁했다. 곧장 3층 보행데크를 따라 ‘세운전자박물관’으로 들어가보니 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세운상가의 가치 있는 기록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조금 더 안쪽으로 이동하자 ‘청계상회’가 눈길을 끈다. 세운상가의 기술 장인들과 신진 작가들이 협업해 제작한 제품들을 한자리에서 선보이고 있었다.   

게임기 부품 업체 ‘삼덕사’가 게임 스트리트파이터 세계랭킹 1위 선수와 협업으로 개발한 조이스틱 ‘잠입레버(SDL-301)’, 세운메이커스큐브 입주기업 ‘아나츠’가 전문 3D프린터의 기능과 정밀도를 유지하면서 크기만 줄인 ‘토이프린터’ 등이 대표 제품으로 전시돼 있다.

이날 만난 박주용 세운협업지원센터 기술중개소장은 “이곳의 제품들은 세운상가 일대에서 만들 수 있는게 무엇인지 어떠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를 쉽게 알수 있도록 소개하는 편집숍”이라며 “전시뿐 아니라 업체 연락처, 제품 금액 등이 적힌 홍보물도 함께 비치해 실제 구매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의 산업재생을 위해 기술장인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제조업체와 판매업체가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 ‘세운기술중개소’를 운영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술중개 상담 건수는 지난 1기(2017년 10월~2018년 7월) 70건에서 2기(2018년 8월~2018년 6월) 157건으로 2배이상 증가했다. 이는 기술중개를 통해 개발·기술 및 부품 취급 상가들이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예술품 제작을 위해 기술중개를 의뢰한 비율이 1기 26%에서 2기 36%로 늘었다. 특히 수요자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20대가 1기 20%에서 2기 32%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데 이는 SNS 등의 홍보로 인한 젊은층의 기술중개 이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함께 만난 최도인 세운협업지원센터 공동센터장은 “이곳 세운중개소의 핵심 사업은 시제품을 개발해 제작하는 ‘세운메이드’”라며 “자작나무를 이용한 ‘진공관 블루투스 오디오’, 노르웨이와 핀란드, 한국 디자이너가 협업한 ‘황동병따개’ 등이 그 성과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운상가에는 7000여개 사업체와 2만명 제조관련 종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기존의 생태계에서 자신들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커시티 세운상가 외관모습. 최원혁기자/choigo@heraldcorp.com
메이커시티 세운상가 외관모습. 최원혁기자/choigo@heraldcorp.com

그 노력의 결실 가운데 하나가 제품 개발부터 제작, 판매, 배송까지 전 과정을 협업하는 도시재생기업인 ‘세운공장 협동조합’의 탄생이다.

세운공장은 100% 주민 의지로 기획·설립된 제품제조 플랫폼이다. 세운공장의 첫 번째 제품은 무드조명 ‘폴디라이트’다. 지난 6월 출시돼 현재 세운상가에서 판매 중에 있다. 처음 시제품 제작비는 서울시의 현장지원조직인 ‘세운협업지원센터’의 컨설팅을 거쳐 온라인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체 조달했다. 공식 출발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 개발부터 패키지 포장, 배송까지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이 세운공장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세운상가는 다시 꿈을 꾸며 새로운 도전기에 서 있다. 최 센터장은 “재생사업이라는 것이 한순간에 변화하지 않는다”며 “세운상가 재생사업은 수십년 노하우를 가진 장인들과 젊은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결합되는 협업이기에 성과가 바로 나오기는 어렵지만 포기 않고 계속해서 세운메이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서울이라는 커다란 도시 안에 만드는 사람들의 작은 도시인 ‘메이커시티’ 세운상가를 주목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