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시간 단축 확대 시행 코앞 중기만 발 동동

- 수 개월째 잠자고 있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 국회 공회전에 노동계 강경입장까지 첨첨산중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 2만7000여곳의 내년 인력 운용 계획에 적색불이 켜졌다. 당장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대안이 국회의 공회전에 가로막힌 탓이다. 소통을 거부한 민주노총의 강경 입장도 정치권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최소 1년 이상의 유예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연장 ▷선택근로제 및 인가연장근로제 보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대상 중소기업들이 고질적인 인력난, 예측하기 어려운 수주 발생, 특정 기간 집중 근무가 필요한 R&D 업종의 특성 등으로 인해 주 52시간 적용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유예의 필요성으로 들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근무시간 단축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곳이 65.8%, 시행 유예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52.7%였다.

중소기업계는 현안을 풀기 위해 노동계와의 대화, 정치권을 상대로 한 대안입법 요구 등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한국노총을 찾아 이해를 구했다. 시행 유예 필요성을 설명하는 중앙회 측에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은 “합의한게 2015년이고 아직도 준비가 부족하다는데, 1년이 지난다고 해결될 수 있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소통 채널이 열렸다는 데에서는 긍정적인 계기로 평가된다.

중소기업계 14개 단체들이 지난 13일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대안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중소기업계 14개 단체들이 지난 13일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대안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3일부터는 14개 중소기업, 벤처기업 협·단체들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여당과 야당을 이틀 간격으로 방문하며 대안입법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양보없는 입장과 연일 같은 줄다리기만 하는 국회의 공회전이 일의 진척을 막는 모양새다.

당초 중소기업중앙회는 한국노총과 간담회 이후 민주노총과도 간담회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측의 거부로 간담회는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 민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도 거부해, 지난 2월 합의했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지난달에서야 의결이 됐다. 민노총은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대안입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되기만 해도 총파업을 선언하겠다는 입장이다.

민노총의 강경 노선은 정치권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내년 정치권의 아킬레스건인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몸 사리기’에 중기업계만 답답한 상황이다. 지난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진행됐던 정치권과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계가 언론에 호소도 해보고, 강하게 나가보라”는 조언이 나오기도 했다. 노동계와의 소통을 끌어내고, 정책 보완을 제시해야할 정치권이 오히려 중소기업계에 중추적인 역할을 주문한 셈이다.

국회도 실익없는 정쟁으로 대안입법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원욱 의원 등은 이미 대안이 될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 의원은 지난 3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내용은 지난 2월 경사노위에서도 합의가 됐으나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경사노위 합의를 받아들이자는 민주당과 단위기간을 1년까지 늘려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욱 의원의 발의안은 20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시기를 2021년으로, 100명 이상 200명 미만 사업장을 2022년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50명 이상 100명 미만 사업장은 2023년,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을 2024년으로 시행시기를 늦췄다.

그러나 두 안 모두 국회 본회의 통과는 난망한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합의도 이달 중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까지 확대하는 안에 대해 정치권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중기업계의 소득이다. 고용노동부는 노사 합의에 기초한 특별연장근로제 개선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역시 국회 문턱을 넘는게 난관이다.

도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