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0억 조달…총 1조3000억 사용
비전펀드 추가 투자기대 불투명
나이키 출신 CAO 등 인사 영입
쿠팡이 나스닥 상장 작업을 본격화한다. 최근 1500억여원을 또다시 증자하는 등 비전펀드의 투자금을 절반 이상 사용해 새로운 자금 파이프의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비전펀드의 추가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쿠팡의 미래가치를 담보로 한 나스닥 상장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쿠팡이 지난 9월 말 유상증자를 단행해 1550억여원의 자금을 수혈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자 과정에서 발행 주식 수는 23만7549주에서 24만645주로, 3096주 증가했다. 그간 쿠팡의 유상증자가 주당 5000만원에 이뤄졌던 점을 고려하면 1550억원이 조달된 것으로 보인다. 쿠팡 주식의 액면가는 5만원에 불과하지만, 투자자들은 쿠팡의 미래 가치를 높이 사 주식초과발행금으로 주당 4995만원을 책정하고 있다. 주식초과발행금이란 주식 발행금액과 액면금액의 차이로, 재무제표상 법정 자본준비금으로 분류돼 결손보전을 하거나 투자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쿠팡의 자금 조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쿠팡의 미국 본사인 쿠팡 LLC가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한화 2조3000억여원)를 투자받은 후 지난해 6000억원, 올 상반기 5200억원 등 총 1조12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까지 포함하면 총 1조3000억여원으로, 1년도 안돼 비전펀드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쓰게 됐다. 이런 속도로 투자금을 쓸 경우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 투자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전펀드로부터 추가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 투자자인 비전펀드 운용사 소프트뱅크가 위워크, 우버 등의 투자 실패로 고전하고 있는 탓이다. 손정희 소프트뱅크 회장도 7조원의 적자를 발표한 2분기 결산 설명회에서 “조만간 태풍이나 폭우가 몰아 닥칠 상황”이라며 “투자처가 적자에 빠졌다고 해서 이를 구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비전펀드가 지난해 1조원 이상 적자를 낸 쿠팡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금융감독원까지 쿠팡의 재무 상황을 두고 압박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9월 쿠팡에 유상증자 등 경영개선계획을 마련해 주기적으로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전자금융업자의 자기자본 기준이 미달된다는 이유에서다. 전자금융업자는 자기자본과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20% 이상 되야 한다.
이에 따라 쿠팡은 상장이 유일한 대안으로 보고, 관련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상장에 필요한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 중이다. 최근 나이키에서 거버넌스 및 외부보고 통제 부문 부사장을 지낸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영입했다. 미래 설계를 위한 회계작업을 담당하는 CFO(최고재무책임자)와 달리 CAO는 당장 필요한 회계처리를 담당한다. 보통 상장을 준비하는 업체에서 CAO를 신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카카오에서 IR(기업설명회) 업무를 담당한 팀장급 인사를 스카웃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다음을 통해 우회상장한 경험이 있는 만큼 상장사 인수를 통한 우회상장까지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 측은 이에대해 “유상증자 내역이나 상장 계획 등에 대해 당장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