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구석구석 엿보기
폐쇄운명 ‘하이라인파크’ 시민 쉼터로 방치됐던 ‘첼시마켓’은 식도락 명소 변신 伊식재료 파는 ‘이탈리’ 원스톱관광 인기
역발상 · 융복합전략이 신랜드마크 창조 美 성공사례 한식세계화 롤모델 삼아야
뉴욕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내ㆍ외국인 합쳐 5000만 명을 넘는다. 이들이 주로 찾는 곳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타임스퀘어, 자유의 여신상, 메트로폴리탄뮤지엄, MoMA 등등이다. 대부분이 맨하탄 미드타운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 특히 맨하탄의 진정한 매력은 미드타운보다는 좀 더 아래쪽의 트라이베카, 소호, 웨스트빌리지, 첼시 등의 로어맨하탄지역이다. 미드타운이 관광객들이 밀집된 지역이라면 로어맨하탄은 뉴요커들이 주로 찾는 곳이며, 숨겨진 보석으로 불리는 맛집, 카페, 갤러리 등이 밀집해 있다. 이 지역에 발상의 전환과 융복합으로 관광명소가 된 3곳이 있다.
하이라인 파크는 폐철도를 도심의 명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1850년경부터 다니기 시작한 맨하탄의 철도가 교차로에서 사고가 빈번하자 1930년경 바닥에서 고가로 옮기게 되었다. 그러나 다시 자동차가 보편적인 교통수단이 되자 1980년경 이 철도는 폐쇄의 운명을 맞게 된다.
철도 철거 움직임에 ‘Friends of the High Line’ 이라는 단체의 반대 캠페인이 벌어지자, 2002년 뉴욕 시의회는 ‘하이라인 재활용 결의안’을 채택하고 2006년부터 2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서 14~30스트릿 맨하탄 빌딩숲 사이로 시민의 쉼터 및 아기자기한 문화공간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주변 건물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고 뉴요커와 관광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청계고가도로를 허물지 않고 공원화시켰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첼시마켓 또한 유사한 과정을 거쳐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1900년경 오레오비스켓을 생산하는 과자회사 나비스코 맨하탄의 공장이 있던 자리로, 과자공장이 뉴저지로 확장 이전하면서 오랜 기간 흉물로 방치된 곳이었다.
그러다 20여년 전 이 건물에 다양한 음식점과 커피샵, 카페 등이 들어오면서 활기를 찾게 된다. 브라우니로 유명한 ‘Fat Witch Bakery’, 고소하고 진한 커피맛의 ‘Nine Street Espresso’, 브런치가 맛있는 ‘Sarabeth Bakery’ 등 뉴요커의 일상을 엿볼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온갖 맛집과 상점들이 현재 입주해 있다.
최근에는 한국식 라면집인 ‘먹바’가 70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점에 성공했다. 낡고 오래된 공장건물을 그대로 둔 채, 현대식 코엑스 쇼핑몰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폐공장 건물에 맛과 멋을 더하여 흉물을 명물로 리셋시켰다.
5번가에 있는 ‘Eataly’는 개점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맨하탄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다. ‘내가 판 식재료로 내 요리를 하고, 내가 요리한 식재료를 판다(We cook what we sell and we sell what we cook)’이라는 믿음의 슬로건 아래 이탈리아 식자재와 음식을 판다. 나아가, 요리 강좌에다 음식관련 서적, 뷰티용품 및 간단한 의류 판매까지 관광의 3요소인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를 융ㆍ복합화했다. 한 곳에서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원스톱관광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즉 이탈리아식 마켓, 레스토랑, 카페를 한꺼번에 만나는 복합매장이다. 뉴욕 외 시카고에도 매장이 있다. 한식세계화나 음식한류에 적극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복합리조트같은 대규모 시설물을 건립하여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더욱이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의 여건을 감안할 때,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개개인의 창의력이나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존의 관광자원에 얽힌 역사를 끄집어내고, 문화를 입히고 스토리텔링을 가미하거나, 동종간 또는 이종간의 융․복합으로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효율적이 아닐까 싶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밀려 내국인도 잘 찾지 않던 재래시장인 광장시장이 구한말 일본자본의 침투에 대항하여 조선의 상인들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이라는 역사와 흥정과 덤, 정과 미소라는 한국적 문화의 융합으로 외국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음은 한국관광이 나아갈 흥미로운 방향제시라는 생각이 든다. 광장시장은 첼시마켓을 닮았다. 문화가 숨쉬는 옛 것에 창의력을 입히는 온고지신(溫故知新) 전략은 관광 강국의 동력이다.
유세준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장/sjyou@knt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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