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이르면 내달 동의의결 개시 여부 결정

신청 인용되면 애플 법적 제재 피해

100% 무혐의 장담 못한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 나와

애플 로고 [로이터]
애플 로고 [로이터]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광고비 갑질 혐의를 받고 있는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애플이 자신의 잘못을 일부 인정, 자진 시정 방안을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면 애플은 법적인 제재를 피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애플이 지난달 4일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가 제재를 내리기 전에 사업자가 원상회복 또는 피해구제 방안을 제시하는 절차를 말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애플은 혐의 사실을 일부 인정하고, 앞으로 광고비 떠넘기기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피해 업체인 SKT, KT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과의 상생 협력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이르면 내달 전원회의를 열고 동의의결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애플이 제시한 방안이 경쟁질서를 회복시키거나 다른 사업자를 보호하기에 적절한지 여부를 따진다. 또 법적 제재와 균형을 이루는지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애플은 과징금 부과 등 법적인 처벌을 피하게 된다. 반면 불개시를 결정하면 제재수위를 정할 전원회의가 다시 열린다.

지난 2014년 키워드 광고를 검색 결과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로 공정위의 제재를 앞두고 있었던 네이버와 다음은 동의의결 신청을 하면서 광고라는 문구를 명확히 표시해 혼돈을 줄이기로 약속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소비자 피해 신고센터 운영 등을 위해 1000억원을 지원하고, 다음도 콘텐츠 진흥 사업 등에 40억원을 내기로 했다. 공정위는 법적 제재보다 동의의결을 통해 경쟁 질서를 효율적으로 확립할 수 있다고 보고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간 애플이 광고비 떠넘기기 행위에 대해 업계 관행이었다고 고집하다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은 공정위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는 "보통 공정위나 법원에서 100% 무혐의를 받을 것이라고 장담 못하는 경우 동의의결을 신청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길게는 5년 동안 소송을 이어가며 부담해야 할 리스크를 피하는 대신 혐의를 일부 인정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해외서는 기존의 영업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동의의결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서도 광고비, 사후서비스(AS) 비용 등을 통신사에 떠넘기고 있는데, 한국 법원에서 이같은 행위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해외서 이뤄지는 관행까지도 시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퀄컴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하며 담합이나 형사 처벌이 필요한 중대·명백한 법 위반은 동의 의결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면 공정위가 섣불리 기각하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도 있다.

애플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SKT와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 제품 수리비 등을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6월 애플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2018년 4월 조사를 최종적으로 마치고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이후 지난 3월까지 세 차례 전원회의 심의가 진행됐다. 제재가 확정되면 관련 매출액의 2%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만큼 전체 과징금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