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직접민주주의 시대, 빛 잃은 군주형 리더 협력하고 공생하는 이상적 인간향 추구

리더십은 사선(死線)을 가른다. 명량해전에서 12척의 전선(戰船)으로 적 함대 133척을 맞아 싸운 이순신 장군은 ‘솔선수범’의 리더십으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반면 법정에 선 세월호의 선장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배와 수많은 승객을 차디찬 바닷물로 가라앉게 만들었다.

리더십의 영향력은 기업과 국가의 흥망성쇠로 이어진다. 지난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은 수단으로부터 독립해 올해로 홀로서기 3년째지만 리더십 부재로 만성적인 내전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7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굴지의 전력기업 ‘엔론’은 수년에 걸친 정치 권력과의 밀월 그리고 분식회계로 파산을 선고받았다.

최근 팍팍한 경제현실과 대형 사건ㆍ사고가 끊이질 않는 이른바 ‘위험사회’ 과거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에서 탈피한 새로운 리더십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적 리더십이다.

호모엠파티쿠스는 ‘공감의 시대’ 저자 제러미 리프킨이 주창한 개념이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감정적 반응과 실천적 반응을 하는 인류라는 뜻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기꺼이 다른 사람의 경험에 녹아들어 느낌을 공유할 줄 아는 호모 엠파티쿠스가 냉철하고 이성적이지만 이해관계에 대한 계산이 특징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대체해 미래의 주인공이 되리라 예측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지친 사람들이 자신을 이끌고 위로해 줄 다음 리더십으로 ‘소통’을 넘어선 ‘공감’의 리더십을 원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협력하고 공생하는 인간, 즉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이 21세기가 추구하는 이상적 인간향, 리더십의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국가지도자의 ‘나를 따르라’ 식 군주형 리더십은 빠르게 공감을 잃고 있다. 통신과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가 순식간에 대중에게 공유되고, 사회 각층이 SNS 등을 통해 제 목소리를 직접 내는 ‘신(新) 직접민주주의’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다수 국민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다. 키워드는 공감이다. 결국 신뢰와 공감대 형성을 바탕에 두어야 한다.

‘영혼의 지도자로 추앙받는 간디에게는 어떤 영웅적 자질이나 비범한 능력도, 마술적 힘도 없었다. 그저 늘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 이상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마키아벨리와 간디 등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 리더십을 연구해온 박홍규 영남대 교수가 찾은 21세기 공감형 신 리더십의 원형이다.

공감의 리더십은 크리더십(크리에이티브 리더십ㆍCreative Leadership)으로 발전한다. 크리더십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기존에 생각지도 못했던 리더십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일부 계층 소유가 아닌 대중이 주인인 리더십 영역이다. 예전 리더십을 파괴한, ‘상자 밖’의 리더십이다.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크리더십은 기존 리더십의 융복합을 통한 진화된 리더십이다. 구식의 틀을 깼지만 과거의 리더십 요소를 모두 배제하지는 않는다. 구식도 창의적으로 섞고 버무리면 새로운 것이 될 수 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