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부적절한 여름 휴가 때문에 미국과 일본의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내외 산적한 현안에도 아랑곳 않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 여름 16일 동안이나 휴양지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골프를 치며 휴가를 즐겼다.
자국민 기자 참수 소식에 휴가지에서 애도 성명을 발표한 당일 골프장 카트에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미국민의 공분을 샀다. 가뜩이나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중인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휴가시즌 ‘부적절한 처신’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히로시마 주택가를 덮친 산사태로 80여명의 사망ㆍ실종자가 발생한 날 아침 골프 라운딩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사고 당시 휴가 중이던 아베 총리는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와 골프를 하다 뒤늦게 총리관저로 복귀했다.
이를 두고 야당의 공세가 거세다. 오하타 아키히로 민주당 간사장은 “골프를 아침부터 취소했어야 했다”며 “아베 정권 전체의 해이가 이날 아침의 행동에서 드러났다”고 날을 세웠다.
미ㆍ일 정상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상황을 고려해 올 여름 청와대 내에서 근신하듯 ‘조용한’ 휴가를 보냈다. 하지만 부적절한 골프로 국민의 심기를 건드린 오바마나 아베 못지 않게 박 대통령도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야당과 세월호 유족들이 ‘대통령이 응답하라’며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은 이미 대통령에게 넘어간 형국이다. 경색된 정국을 풀고, 경제 불씨를 살릴 민생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국회 공전이 장기화 될 경우 부담이 가장 큰 사람도 대통령이다. 유족들의 요구가 ‘법외 권리’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나서서 이들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 자식잃은 어미ㆍ아비를 이용해 장사하려는 자가 밉다고, 한점 여한 없이 조사 해달라고 매달리는 유족들을 모른척 외면해서는 안된다. 여야 합의를 존중한다거나, 원칙에 어긋난다며 유족 면담까지 거부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차대하다.
대통령이 나서서 정면돌파하지 않으면 여야 대치와 국론 분열이 어디까지 갈 지 모를 상황이다.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쯤은 감수해야 한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면, 유족과 정치인은 물론 사회 지도층도 화답할 것이다.
숨길 것이 없다면, 피할 이유도 없다. 대통령에게는 아직도 믿고 따르는 수천만명의 지지층이 남아있다. 12척의 허름한 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든든한 존재다. 불순한 정치 공세와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할 무리한 초법적 요구는 성숙한 국민의 판단에 믿고 맡기면 된다.
25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 6개월되는 날이다. 지금 대한민국호는 헌정이래 가장 큰 슬픔을 안겨준 세월호 참사 충격에 빠져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의 용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묶인 밧줄을 풀고, 새 출발의 힘찬 뱃고동을 울릴 선장의 통큰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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